인터넷 자동화 광고 ‘몰락’ 경고

이성규 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2020.10.26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발간됐다. 팀 황이 쓴 <서브프라임 주목 위기(subprime attention crisis)>다. 한때 구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저자는 인터넷광고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빗대 ‘몰락’을 경고했다. 한편으론 과장처럼 들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의 메시지는 AI 기술과 광고 비즈니스가 결합한 위험한 내일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예방주사와도 같다.

책 <서브프라임 주목 위기> / Amazon.com 홈페이지

책 <서브프라임 주목 위기> / Amazon.com 홈페이지

기실 인터넷광고는 오랜 시간, 회의와 의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효율에서 그랬다. 프로그래머틱 광고라는 고도로 기술 집약적인 광고 상품이 거대한 기술 기업에 의해 설계되고 판매되면서 이러한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광고를 사는 쪽과 파는 쪽 사이에 밀리세컨드 단위로 거래를 매개하는 자동화한 기술(광고 거래소)이 개입되면서 이젠 그 작동 방식이나 효율은 검증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마이크로 타깃팅 광고, 행위 기반 광고라는 영역이 그렇다.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우리가 언론사 웹사이트나 포털, SNS에서 만나는 다수의 광고는 마이크로 타깃팅 기반으로 작동한다. 플랫폼은 방대한 양의 사용자들 행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해서 그가 선호할 만한 광고를 자동으로 노출한다. 거래 과정에 인간의 개입은 사실상 전무하다.

문제는 이 거래가 순식간에 이뤄지는데다 어디에 언제, 어떤 사용자들에게 노출됐는지 광고주조차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타깃팅이 정밀하게 성사됐다 하더라도 실제 효과가 존재했는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테면 광고의 효율은 선택 효과와 광고 효과를 구분해 후자를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자동화한 인터넷광고에서 둘의 구분은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A라는 제품을 이미 구매한 사용자에게 다시 A 혹은 그와 유사한 제품이 마이크로 타깃팅이라는 이름으로 노출됨으로써 광고주가 기대하는 광고 효과는 높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특정 광고 상품의 가격이 효과 이상으로 부풀려지거나 실제 가격과 괴리되기 시작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8년께 발표된 한 논문은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타깃팅 정확도가 랜덤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그보다 낮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내기도 했다. 자동화한 인터넷광고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증빙자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증권화 과정에서 실 가치와 거래 가격의 괴리로 붕괴의 길을 걸은 것처럼 사용자의 주목을 거래하는 인터넷 자동화 광고도 동일한 결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다. 만약 그의 예언대로 인터넷광고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결말을 맞게 된다면, 그것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붕괴로 현실화하게 될 것이고 이는 디지털 산업의 공황을 넘어 전 지구적 패닉 상태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약간의 과장이 포함된 저자의 예측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다. 그래도 새겨들을 말은 있다. 투명성을 강제하는 규제의 창안이다. 블랙박스 안으로 자꾸만 숨어들어 가려는 기술의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시 밖으로 끄집어내는 투명성의 강제가 불가피하다. 투명성은 기술 기반 사업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거래와 위험의 모니터링을 작동시키는 디지털 시대 보편의 윤리다. 마다해야 할 명분이 크지 않다. 앞으로 기술은 인간-기계 공존의 윤리 앞에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그것에 의해 사회가 위험이 초래되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성규 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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