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짐까지 떠맡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

반기웅 기자
2020.09.1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면에 의사 파업이 겹친 시기에 간호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 김기남 기자

문재인 대통령 / 김기남 기자

문 대통령의 간호사 메시지가 부른 후폭풍은 거셌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의료진을 분열시키고 갈라치기에 나섰다며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간호사들에게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명한 것이냐”라며 “의사와 간호사를 편가르기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누구를 적으로 돌릴 셈이냐”라고 구두 논평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께서 의사와 간호사의 패싸움을 조장하고 있다”며 “국민 통합해서 코로나와 싸워도 벅찬데 국민 편가르기 조장하는 문 대통령에 국민이 절망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업계도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간호사회는 공식 SNS 계정에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며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확실히 지켜달라”고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말로만 간호사 처우 개선은 이제 그만, 실행계획과 재정을 마련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통령은 또 다른 ‘덕분에 챌린지’가 아닌 현장에 도움이 되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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