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역습

조홍민 에디터 겸 편집장
2020.08.31

2005년 8월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카트리나가 쓸고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25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고, 재산피해는 무려 10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특히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전기는 물론 물 공급마저 끊겼고, 인근 슈퍼돔과 컨벤션센터 등에 수용된 이재민만 약 10만명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카트리나를 계기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 미국 사회에 잠복해 있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앓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21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기상 재해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편집실에서]지구온난화의 역습

카트리나 말고도 크고 작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지구 곳곳에서 늘 있었습니다. 폭우와 홍수, 폭염, 가뭄 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피해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올여름만 해도 중국과 일본, 인도에 집중호우와 장마가 쏟아져 수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한반도에도 이상기후가 덮쳤습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비는 8월 16일이 돼서야 그쳤습니다. 역대 최장기간인 54일 동안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에 내린 비의 양 역시 920㎜로, 평년 강수량 평균인 570㎜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1973년 이후 처음으로 7월 기온이 6월보다 낮은 기온 역전현상도 일어났습니다. 장마가 끝나자 이번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수의 기상학자는 이런 기상이변의 가장 큰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로날트 D. 게르슈테는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기상학자들 대다수는 인류가 기상재난을 향해 돌진하고 있고 그 주범이 바로 인간 스스로 방출한 유해가스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그 빈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일련의 기후변화 현상을 단순한 ‘이변’이 아닌 ‘위기’로 규정하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편집실에서는 현재 상황이 ‘기후위기’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표지 이야기’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생태계, 다름 아닌 우리의 삶과 직결되고 있으며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의 재확산에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시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여파와 전망, 대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377개 단체와 개인이 참여해 운영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홈페이지를 열면 이런 말이 가장 먼저 뜹니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습니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정말 절실히 와닿는 얘기입니다.

<조홍민 에디터 겸 편집장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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