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집’ 예능, 아쉬운 한 가지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2020.08.31

‘집’에 대한 대중의 로망을 자극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 예능’의 대표격인 MBC <구해줘! 홈즈>를 비롯해 SBS 필의 <홈데렐라>, SBS CNBC <집 보러 가는 날>, tvN <신박한 정리>, 여기에 SBS <나의 판타집>까지 새로운 주자들이 가세하며 안방극장에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콕 시대’가 열리면서 시청자의 수요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SBS <나의 판타집>

SBS <나의 판타집>

<구해줘! 홈즈>는 지난해 3월 첫 방송 이후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일요일 심야에 편성됐음에도 6%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6일 방송된 71회분은 7.0%까지 찍었다. 이러한 인기 덕에 유사 예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반면 뜨거운 열풍만큼이나 방송에 대한 불만들도 튀어나오고 있다. <구해줘! 홈즈>는 정규 편성 한 달 만에 ‘대놓고 부동산 PPL’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몇몇 부동산에서 ‘구해줘 홈즈에 나온 집’이라고 홍보하는가 하면, 방송에서 소개된 일부 타운하우스들은 분양을 앞둔 매물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실제 <구해줘! 홈즈>에 나온 매물 일부는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데에 치중한 나머지 입지조건, 제반환경 등 실제 거주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들을 제시하지 않고 건너뛰기도 했다.

후발주자로 야심 차게 나선 <나의 판타집>은 ‘보여주기’ 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나의 판타집>은 일명 스타판 <구해줘! 홈즈>다. 연예인이 ‘워너비 하우스’를 찾아가 직접 살아보며 자신이 꿈꾸는 판타지 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8월 18일 첫 방송분에는 양동근, 이승윤, 허영지가 나와 원하던 집에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일부 출연자는 ‘워너비 하우스’를 두고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부각됐다.

특히 양동근은 <신박한 정리>에도 출연하며 남부럽지 않은 복층 빌라 내부를 공개했는데, 이것이 <나의 판타집>에서 집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연결돼 누군가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같은 세대에 사는 이에겐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또 판타지에 더 집중했기에 입지조건, 제반환경, 가격 등이 크게 고려되지도 않았다. 공개된 가격은 현재 가격이 아닌 ‘2018년 기준’으로 설정해 정보성에 물음표를 남겼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다르지 않다. 안락하고 편리한 보금자리로서 ‘집’의 목적을 알리는 게 아니라 거창한 인테리어를 통한 보여주기식에 초점이 맞췄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집 리모델링 예능 <홈데렐라>에 등장한 건축 자재나 업체 홍보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이 광고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집’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단계로 접어들면서 집은 단순한 주거 목적뿐 아니라 재택근무까지 수용할 수 있는 ‘내 삶 속 중요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집 예능’의 방향성, 좀 더 확장된 시각이 필요하다.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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