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자녀도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이하늬 기자
2020.06.08

이하늬 기자

이하늬 기자

“기자님 가족이 전과자 자녀와 사귄다고 하면 어떨 거 같나요? 기자님은 전과자 자녀와 사귈 수 있나요?” 이경림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대표와 인터뷰를 하던 중 받은 질문입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대충 얼버무리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는 기사를 쓰는 저도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수용자 자녀’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낯섭니다. 연간 5만4000명에 불과해 규모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뭐 잘했다고?’ 하는 인식 때문에 당사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꼭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일은 마치 없는 일처럼 되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체포장면을 목격하는 아이는 6.3% 정도라고 합니다. 경찰이 체포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아주 일부겠죠. 일단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그래서 아이에게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어느 정도는 이해도 갑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 장면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주민센터 방문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용기를 내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는데, 주민센터 직원이 큰 소리로 “뭐라고요?”라고 한마디만 해도 아이들은 크게 위축됩니다. 주민센터에서 뛰어나오지 않으면 다행이죠. 어른들이 무심하게, 그냥 해온 대로 하는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자녀가 ‘아동 폭력’과 같은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일 때는 더 복잡합니다. 자신은 피해자인데 부모가 수감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과는 달리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합니다. 자신 때문에 부모가 감옥에 갔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심리치료와 같은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수용자 자녀는 ‘잊힌 피해자’라고 불립니다. 범죄, 그리고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경제적·정서적으로 방치되는 피해를 보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않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용자 자녀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용자 자녀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모두의 아이일 뿐입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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