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SNS 고백’의 명과 암

2020.03.09

글로벌 히트곡 <머시(Mercy)>로 사랑을 받았던 영국 웨일스 출신 싱어송라이터 더피가 마지막 앨범 발표 후 근 10년 만에 돌아왔다. 더피는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더피는 공백 기간 중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더피의 글로벌 히트곡 <머시(Mercy)>가 수록된 앨범 ‘록페리(Rockferry)’ 커버

더피의 글로벌 히트곡 <머시(Mercy)>가 수록된 앨범 ‘록페리(Rockferry)’ 커버

더피의 소셜미디어 고백을 두고 지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과 진정성 넘치는 메시지에 지지를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중과 소통의 위험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더피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여러 사람이 내가 왜 사라졌는지 궁금해했다”고 운을 뗀 뒤, “사실은 성폭행을 당하고, 약물 투여 상태로 여러 날 붙잡혀 있었다”고 썼다. 그러고는 “지금은 괜찮고 안전하며 나는 살아남았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더피는 2008년 <머시>가 수록된 앨범 ‘록페리(Rockferry)’로 이듬해 그래미상과 영국 브릿어워드를 수상했다. 2010년에도 <엔드리슬리(Endlessly)>를 발표했지만, 그 이후 뮤지션으로 활동은 없었다. 이후 2015년 범죄영화 <레전드(Legend)>에 조연으로 출연한 것이 연예계 활동의 전부였다.

더피는 “왜 내가 고통을 내 목소리로 표현하지 않았는지 궁금한가? 나는 내 눈에 담긴 슬픔을 세상에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누가 납치하고 성폭행했는지, 시점은 언제인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더피는 자신이 믿는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모든 궁금증에 답할 것이고, 인터뷰 음성파일을 수주 내로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더피의 고백에 많은 이들이 지지와 격려의 글을 보냈다. 용기 있는 고백이 가능했던 이유는 SNS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SNS는 정리된 입장을 즉각 대중에게 전달하고 신속하게 공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언론에 공개했다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해석되는 일을 피할 수도 있다.

기성 언론 대신 SNS를 통해 근황이나 민감한 사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었다. 각종 기행으로 눈길을 끌었던 캐나다 출신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약물중독과 정신질환을 이겨냈는지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동료 연예인들과 언쟁으로 자주 입길에 올랐던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SNS에 민주당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SNS 또한 의도한 대로만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통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해당 연예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 혹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남의 상처를 후벼 파는 이들의 공격 또한 잦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위프트는 2017년 성추행 피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오히려 그와 언쟁을 벌였던 스타의 팬들로부터 험담을 들어야만 했다. 더피가 피해 사실을 고백할 때도 조롱하는 이들은 있었다. 더피가 한창 활약할 때와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단 한 가지가 달라졌다. 그때는 SNS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활발하다. 그 달라진 환경으로 인한 고통을 더피는 이겨낼 수 있을까.

<박효재 국제부 기자 mann616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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