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콜 - 잠수함 속 핵전쟁 억제 절체절명의 임무

최원균 무비가이더
2020.03.09

감독은 <울프 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작품 내면에 담고 있는 현실적 고민과 주제였다고 강조한다. 선입견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답을 내놓을 수 있길 원했다고 한다.

판씨네마(주)

판씨네마(주)

제목 울프 콜(The Wolf’s Call/ Le chant du loup)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프랑스

러닝타임 116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안토닌 보드리

출연 프랑수와 시빌, 레다 카텝, 오마 사이, 마티유 카소비츠, 폴라 비어 외

개봉 2020년 3월 5일

등급 15세 관람가

안토닌 보드리 감독은 전직 외교관이자 만화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동안 잠수함 안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바깥세상과 완벽하게 격리된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일을 하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영화 <울프 콜>을 기획하게 된 결정적 시발이 되었다. 안토닌 보드리 감독은 “이 영화는 전쟁 억지력과 핵전쟁 메커니즘이라는 생소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며 “보이지 않는 침묵의 세계에 있는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핵추진 공격 잠수함의 음향탐지사로 복무 중인 샹트레드(프랑수와 시빌 분)는 비밀 작전 수행 중 순간의 판단 착오로 아군을 크나큰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복귀 후 실수한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하던 그는 뜻밖의 진실을 밝혀내게 되지만, 얼마 후 러시아의 핵폭탄 공격이라는 더 큰 위기와 이로 인해 코앞으로 다가온 핵전쟁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임무에 휘말리게 된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야심 찬 시나리오

보도자료에 첨부된 감독의 인터뷰에는 수시로 현실·진실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는 <울프 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품 내면에 담고 있는 현실적 고민과 주제였다고 강조한다. 선입견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보는 사람마다 각자 답을 내놓을 수 있길 원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소한 업무부터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핵미사일 발사 결정과 취소 과정에서 진행되는 까다로운 절차까지 모두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감독과 제작진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많은 부분 공을 들였다. 일단 실제 모델이 된 잠수함을 참고해 실물 크기로 세트를 제작했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의도하거나 촬영에 원활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제보다 다소 크게 세트를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감독은 촬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협소하고 밀폐된 심해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촬영에 앞서 출연진들은 실제 잠수함에 탑승해 심해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잠수함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심해까지 내려가 승조원들과 함께 생활하고 해군의 강도 높은 수중 훈련에도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또 실제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군인이 다수 출연해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 상업영화의 현재진행형

그렇다고 이 영화가 철저한 리얼리즘에 함몰되거나, 철학적 주제나 사회적 문제의식의 전달만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작품은 아니다. 요즘 관객들이 상업영화를 볼 때 익숙한, 또는 당연히 기대할 만한 장치를 애초부터 전략적으로 포진시켜 전개한 시나리오와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거시적으로 오락영화의 범주로 구분해야 하는 작품이 분명하다.

주인공 샹트레드는 모든 것을 소리로 분간해야만 하는, 잠수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음향탐지사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황금 귀’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특별한 청력과 판단력을 지녔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를 기억해 비밀번호까지 유추해내는 그의 재능은 비범함을 뛰어넘어 초인적으로 보일 정도로 과장되게 묘사된다. 또 걷어내도 이야기 전개에 지장이 없는 짧은 로맨스 역시 상업영화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다양한 구색 중의 하나라 이해해도 무리는 아니다.

캐스팅 역시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역배우로 출발해 꾸준히 연기력을 쌓으며 뮤지션으로도 활동 중인 미남 배우 프랑수와 시빌은 연약함과 집요함이 혼재하는 복합적 심리의 주인공 샹트레드를 매력적으로 연기해낸다. 실력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레다 카텝은 갈등의 중심에서 옳은 선택을 강요받는 무적함 함장 그랑샹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내고 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시작으로 <쥬라기 월드>·<더 셰프>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오마 사이가 과묵하지만 책임을 다하는 티탄함 함장 도르시 역을 맡았다. 연출 데뷔작 <증오>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해 더 이름을 알린 후 근래에는 배우로 더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마티유 카소비츠는 해군제독 알포스트를 연기해 모처럼의 재회가 반갑다.

꾸준히 만들어지는 잠수함 영화들

안토닌 보드리 감독은 <울프 콜>을 연출하며 특별히 영감을 받거나 참고한 영화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다른 유사소재 작품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답한다. 기본적으로 장르적 관습을 반복하며 그 안에서 변이를 꾀하는 기존 영화들은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수집한 정보와 전혀 다른 영역에 근간을 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란다.

판씨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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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울프 콜>은 넓게 상업 오락영화의 영역에 머무는 작품이 분명하다. 그 영역 안에는 꽤 많은 유사소재의 영화들은 존재하고 대중 관객들은 이런 작품들을 전쟁영화·스릴러 등 세부 장르적 구분에 앞서 통칭 ‘잠수함 영화’라 명명하고 있다.

잠수함 영화를 언급할 때마다 결코 빠질 수 없는 작품은 독일영화 <특전 유보트>(1981)다. 볼프강 페터젠이 연출한 이 작품은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밀폐 공간 안에 모인 인물들의 갈등과 변화를 통해 전쟁의 공포를 149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섬세하고 극명하게 묘사한다. 독일에서는 2018년부터 미니시리즈로도 리메이크되어 방영을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붉은 10월>(1990), <크림슨 타이드>(1995), <U-571>(2000) 같은 작품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완성도 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취를 이뤄내 꾸준히 언급되며 현대 잠수함 영화의 대표가 됐다. 비교적 근래 소개된 <쿠르스크>(2018)는 2000년 일어난 러시아 잠수함 침몰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전개와 더불어 강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잠수함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는 아쉽게도 민병천 감독의 <유령>(1999)이 유일한 작품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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