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의 감동 <오페라의 유령>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2020.03.02

프랑스의 수도 파리. 노트르담성당과 센강의 야경, 몽마르트르언덕과 샹젤리제거리 등이 관광객의 눈길을 유혹한다. 하지만 뮤지컬 마니아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가 있다. 바로 오페라 가르니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된 장소다.

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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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소설(1910)이다.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였던 가스통 르루가 파리 지하의 어둠 속에서 사는 기괴한 인물의 이야기를 구상한 것이 단초가 됐다.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1986년작 뮤지컬이 공전의 흥행을 기록하며 글로벌한 흥행을 이뤄냈다.

수려한 음악과 애잔한 스토리는 이 작품의 트레이드마크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반복 관람을 하는 관객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하던 흉측한 남자가 결국 사랑의 화신으로 변하는 모습은 극적 판타지와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의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2001년 상연됐던 우리말 번안 공연이었다고 평가될 만큼 한국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그렇듯 <오페라의 유령>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앞서 설명한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가 그렇다. 2막 첫 장면에서 가면무도회가 펼쳐지는 무대 위 계단은 바로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화려한 계단을 차용한 것이다. 공연장의 풍경도 상상을 자극한다. 차이가 있다면, 오페라 가르니에의 샹들리에가 걸려 있는 무대 천장에는 샤갈의 그림인 <꿈의 꽃다발>이 있다는 점 정도다. 뮤지컬에서 유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5번 박스석 출입구 앞은 뮤지컬 마니아라면 기념사진을 찍지 않고선 그냥 갈 수 없는 공간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유령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에 오싹 전율마저 느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무대는 브로드웨이 현지 배우들과 스태프로 꾸며진 내한공연이다. 2월 초순까지 부산에 새로 건립된 드림씨어터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이제 서울로 장소를 옮겨 다시 막을 올린다. ‘7년 만에 찾아온 오리지널의 감동’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무대장치나 화려한 특수효과,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세트의 변환 등이 화제가 됐지만, 무엇보다 발군의 가창력과 연기를 선보이는 유령역의 조나단 록스머스의 성량과 음색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세계 각국에서 수십 차례 이 뮤지컬을 봤지만, 노래 실력으로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탁월하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가 늦겨울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를 움츠리게 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연장을 오가는 관객들을 보면 안쓰럽고 마음 아프다. 건강과 안전의 문제니 섣부른 예단이나 방심은 금물이겠지만, 부디 봄바람 불어올 때 이 느닷없는 공포로부터도 영리하게 헤쳐나올 수 있길 손꼽아 빌어본다. 다행히 전파 속도나 감염자 증가 추세가 천천히 감소하고 있다니 반갑고 또 반갑다. <오페라의 유령>은 6월 말까지 서울에서 공연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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