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도 ‘프로젝트 10’의 아쉬움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2020.02.17

독특한 콘셉트의 앨범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뒤 올해 1월 네 번째 작품이 출시됐다. ‘프로젝트 10’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음반에는 매번 10인의 다른 가수가 참여해 각자 한 곡씩 노래를 부른다. 이 사항만 놓고 보면 여느 컴필레이션 음반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참여한 가수들이 모두 한 노래만 부른다는 점이 앨범을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유례없는 활동이다.

소리꾼 이종화가 <멍>을 녹음하고 있다.

소리꾼 이종화가 <멍>을 녹음하고 있다.

이번 네 번째 음반은 김현정의 <멍>을 가창 대상으로 선택했다.

2000년 발매된 <멍>은 지상파 3사 음악방송에서 1위를 휩쓸 만큼 막대한 인기를 끌었다. 2014년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출연해서 부른 뒤에는 요즘 활동하는 가수들의 신곡들을 제치고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멍>은 후렴 첫 소절 “다 돌려놔”를 외칠 때 추던 인상적인 동작으로도 오랜 세월 많은 이에게 기억되고 있다.

원곡은 빠른 템포의 유로댄스 비트에다 간주에 거친 전기기타 연주를 넣어 역동성을 부각했다. 반면에 ‘프로젝트 10’에 실린 곡은 차분한 발라드 형태를 띤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긴 하지만 현악기가 전반에 배치돼 있어서 곡은 끝날 때까지 잔잔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원곡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확 바뀌었다.

‘프로젝트 10’ 음반 커버 / 뮤직랩

‘프로젝트 10’ 음반 커버 / 뮤직랩

파격적인 변신이 이뤄졌지만 안타깝게도 앨범은 큰 재미를 제공하지 못한다. 열 명의 뮤지션이 하나의 반주로만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일말의 차이 없이 러닝타임마저 똑같다. 가창도 다 거기서 거기다. 원본과는 전혀 다른 반주가 발산하는 신선함은 얼마 못 가 빠르게 증발해버린다. 동일한 지정곡으로 노래 실력을 뽐내는 오디션을 보는 듯하다.

특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종화라는 소리꾼이 부른 버전은 아니리로 처리한 도입부, 판소리 창으로 유별남을 뽐낸다. 색소폰이 가수의 목소리를 대신한 연주곡 버전은 판에 박힌 보컬이 나오지 않아서 그나마 덜 갑갑하다.

안일한 편성이 아쉽다. 백지영·한경일 등과 작업해온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박경돈이 제작한 ‘프로젝트 10’ 시리즈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신선한 프로젝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이들과 아마추어가 대부분이긴 해도 이 시리즈에 참여한 가수들은 확실히 노래를 곧잘 한다. 하지만 한 노래만 불러서 몰개성의 판을 조성하고 만다. 게다가 <한 걸음 두 걸음>, <여자를 몰라>, <가을이 오면>, <멍> 등 이때까지 낸 노래들이 모두 애절함을 쥐어짜는 뻔한 발라드인 탓에 식상함마저 든다.

이 기획이 돋보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알차야 한다. 톱스타들을 섭외하기는 어려울 테니 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노래를 각각 다르게 편곡했을 때, 음악 애호가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저마다 상이한 스타일에 목소리를 입힐 때, 가수들의 개성도 산다. 참신한 시도와 좋은 취지가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꼭 실현해야 할 것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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