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통조림, 정말 3개월 ‘숙성’하면 맛이 좋아질까

정용인 기자
2019.12.16

“통조림인데 숙성이라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논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작은 지난 10월 23일 EBS가 방영한 <극한직업> ‘참치통조림의 탄생’ 편이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공장 직원 이모씨(38세·경력 6년)의 한마디가 발단이 됐다. “참치통조림이 생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숙성돼서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니까 막 생산된 참지통조림보다 3개월 정도 유통된 것을 따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인데 사실일까.

EBS <극한직업>에서 참치통조림 회사 직원이 “3개월 숙성 후 더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 EBS 캡처

EBS <극한직업>에서 참치통조림 회사 직원이 “3개월 숙성 후 더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 EBS 캡처

찾아보니 비슷한 ‘속설’을 다룬 보도가 없진 않았다. 지난 5월 <한겨레신문>의 주말판 통조림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비슷한 속설을 거론하지만 ‘갓 출시된 통조림과 일정 시한이 지난 통조림의 맛은 다르다’는 정도만 언급될 뿐,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논란은 이씨가 쓴 ‘숙성’이라는 표현을 두고 벌어진다. 일반적으로 숙성이라면 식품에 잔류하는 효소가 재료 내 영양성분을 분해하면서 풍미 성분이 생성돼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을 말한다.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통조림은 고온살균처리를 거친다. 한 누리꾼의 반론이다. “그 안에 효소미생물이 살아 있다면 대형사고 아닌가요?” 반론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통조림에서 숙성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통조림이 몇 개월 지나면 더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공식적으로 그렇게 알리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입맛은 각자 다 다르니까요.” 김일규 동원그룹 홍보팀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물 담금’으로 처리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면실유·카놀라유 등 유지류를 넣고 밀봉해 멸균·진공상태를 만드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유지류가 살코기 사이에 스며들어 맛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 진정한 의미의 숙성은 아니고, 기름이 스며든다는 의미에서 그분이 인터뷰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최낙언 좋은식품정보 대표는 “엄밀히 말해 통조림을 만들기 위해 살균을 했으면 자가분해효소가 없기 때문에 숙성이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효소작용이 아니라도 흔히 시간이 지나면 맛이 좋아진다는 의미에서 숙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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