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커질수록 효율 떨어지는 ‘내부불경제’

박병률 경제부 기자
2019.12.02

전작이 성공한 뒤 시퀄(후속편), 프리퀄(이전 사건을 다룬 속편)이 제작되는 ‘프랜차이즈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맨 인 블랙>도 그중 하나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1997년 개봉한 <맨 인 블랙>의 네 번째 영화다. 장수하는 프랜차이즈 영화는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주연 배우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상징과 같은 주연 배우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세대교체를 했느냐에 따라 작품은 명작의 전통을 이어갈 수도, 졸작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영화 <맨 인 블랙>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오랜 시간 지구를 위협해온 외계인을 감시하는 요원들의 활약을 담은 이야기이다./컬럼비아 픽처스

영화 <맨 인 블랙>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오랜 시간 지구를 위협해온 외계인을 감시하는 요원들의 활약을 담은 이야기이다./컬럼비아 픽처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가 없는 첫 <맨 인 블랙>이다. 남성 버디무비 대신 아스가르드를 지킨 <토르: 라그나로크>의 남녀 콤비를 택했다. ‘에이전트 H’는 토르 역을 맡았던 크리스 헴스워스가, ‘에이전트 M’은 발키리로 나왔던 테사 톰슨이 맡았다.

‘MIB(Man In Black)’는 지구에 사는 외계인을 관리하는 비밀정보조직이다. 소녀 몰리는 20여 년 전 외계인을 쫓던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들이 부모님의 기억을 지우는 걸 목격한다. 성인이 된 그녀는 MIB 요원을 뒤쫓아 MIB 뉴욕본부에 잠입해 에이전트 M이 된다. 그녀의 파트너는 외계인도 반한다는 에이전트 H. 두 사람은 자바비아 종족의 벙거스 왕자를 경호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상관인 하이T가 말한다. “우리 조직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MIB는 최고수준의 정보조직이다. 선별되어 선택될 뿐 되고 싶다고 모두 요원이 되는 조직도 아니다. 이런 조직 내부에 어떻게 스파이가 스며들 수 있을까.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자면 MIB의 ‘내부불경제(Internal diseconomies)’를 의심할 수 있다. 내부불경제란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에 변화가 생겨 내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작은 조직에서는 인력관리가 쉽다. 얼굴을 자주 맞대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다. 개인에 대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에도 유리하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만큼 설비관리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의사소통이 점점 어려워진다. 자칫 과잉인력이나 과잉설비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직과 시스템이 또 필요하다. 이러다보면 비용이 급상승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MIB는 전 세계에 거주하는 외계인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미국 뉴욕본부와 런던지사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지부가 있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만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모로코 마라케시, 프랑스 파리, 그리스 등 5개국이 나온다. 이렇게 조직이 크면 내부에 부적절한 인력이 스며들 개연성이 커진다. 만약 그가 스파이라면 조직에 치명적이다. 이 같은 인력을 솎아내기 위해서는 유·무형의 추가비용을 또 들여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기업규모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가 생겨 비용이 절감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내부경제’라 부른다. 원료비·유통비 절감, 노동분업 이익확대, 대량생산 등이 이뤄져 기업평균 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내부경제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수합병 등으로 덩치가 커지거나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경우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내부불경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내부 스파이는 MIB 조직의 특징을 비춰볼 때 방관하기 힘든 존재다. 서로를 믿지 못해서는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 간 공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H&M은 내부 스파이 색출에 나선다. 빠른 시간 안에 내부 스파이를 찾아 MIB의 ‘내부불경제’를 ‘내부경제’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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