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어울리는 결명자차와 둥굴레차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19.10.28

한식집에서 후식으로 구수한 둥굴레차를 내준다. 속이 따뜻해지고 입안이 깔끔해진다. 요즘은 생수를 사먹지만 어릴 적만 해도 보리차, 둥굴레차, 결명자차가 항상 있었다. 끓일 때면 집안에 구수한 내음이 돌아 기분이 좋았다. 종종 “보리가 속을 차갑게 한다던데 결명자나 둥굴레는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다.

결명자차는 볶은 결명자를 끓는 물에 달여낸 차다. 여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시원하게 마시는 차로 알려져 있다./위키피디아

결명자차는 볶은 결명자를 끓는 물에 달여낸 차다. 여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시원하게 마시는 차로 알려져 있다./위키피디아

결명자는 콩과에 속한 일년생 초목인 결명차의 성숙한 종자를 건조한 것이다. 만져보면 작고 까만색인데 반짝반짝 빛난다. ‘물꼬가 잘 트이도록 결정하다’의 결(決)과 밝을 명(明)을 써서 막힌 것을 열어 밝게 해주는 씨앗이라는 뜻이다. 눈을 좋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의보감>에는 “눈에 이상이 없어도 시야가 흐려지고 점점 안 보이다 결국 물체 분간을 못하게 되는 병인 청맹(靑盲), 안구충혈, 이유 없는 눈물, 눈주변 짓무름, 눈에 군살이나 예막이 자라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간의 기능을 돕고 안구를 촉촉히 해주며, 두통과 코피를 멈추게 한다고 나왔다. 베개로 만들어 쓰면 어지러움을 완화해준다고 되어 있다.

결명자 잎도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나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결명자를 약과 차로 끓일 때는 약간 볶는 것이 좋다. 단, 설사하거나 저혈압인 분들은 하루 한 잔 이상은 피해주시기 바란다.

둥굴레차는 보통 차로 먹지만 할머니 세대에서는 먹을 것이 귀해 종종 고구마처럼 둥굴레 뿌리를 쪄 먹었다. 뿌리 모양은 조금 굵은 도라지나 가늘고 긴 고구마처럼 생겼다. 둥굴레는 두 가지로 나뉜다. 층층둥굴레인 황정(黃精)과 둥굴레인 옥죽(玉竹)이다. 모두 백합과에 속한 다년생 초목이다. 황정이 조금 더 잔뿌리가 많지만 구분하기 쉽지 않다. 줄기와 잎을 보면 옥죽은 둥글둥글하게 생겼고, 황정은 얇고 뾰쪽한 잎이 층층이 회오리치듯 감아 올라간다.

<동의보감>에는 황정만 언급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층층둥굴레가 자생하며 더 구하기 쉽다. 위장 소화기계를 보호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만성피로를 풀고 근골을 튼튼히 해준다고 나온다. 신선들의 반찬이라는 뜻의 ‘선인반(仙人飯)’을 별명으로 가질 정도로 높이 평가받는다. 둥굴레가 정력제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이는 옥죽보다 황정이 더 가깝다. 약재서적 <본경소증>에는 황정에 대해 “사지가 시리고 아프면서 온몸이 무거운 증상에 효험이 있다.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며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옥죽은 기침과 갈증, 인후부 건조감과 허로발열을 치료한다”고 소개된다. 지나치게 공부나 일에 집중한 후 올라오는 허기짐, 피로감을 한의학에서는 ‘허열(虛熱) 뜬다’고 표현한다. 이때 정신을 차리겠다고 커피를 마시면 심박이 불안정해지면서 도리어 피로와 불안감이 커지는데 둥굴레차를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물 대용으로 먹을 때는 황정보다는 옥죽이 더 맞다. 옥죽 역시도 마른 기침이나 갈증에 효과적이다. 배변활동도 돕는다.

가을철만 되면 몸이 건조해 각질이 잘 일어나며 눈이 간지럽고 변비 성향이 있다 싶으면 결명자를, 몸이 건조하고 입이 잘 마르면서 기침을 조금 하고 입맛도 없다 싶으면 둥굴레차를 드시는 것을 추천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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