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불평등한 사회구조서 자살 늘어”

2017.09.26

[주목! 이 사람]최명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불평등한 사회구조서 자살 늘어”

“우울증은 치료 가능하고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가 내건 자살 예방 슬로건이다. 최명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50)는 “자살 예방은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충청남도는 전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다. 최 교수는 “학교가 충남에 있어 자연스레 충남지역 자살률에 관심이 컸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연구해 자살 요인을 밝혔다”고 말했다. 최 교수를 포함한 8명의 연구팀은 2년 동안 충남 도시지역에서 발생한 자살사건 169건의 자료를 조사하고, 유가족을 면담한 내용과 지역 특성 등을 분석했다. 이를 지난 8일 자살 예방 대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연구는 심리사회부검으로 진행됐다. 심리사회부검은 사후(死後) 검진이다. 유가족과 지인을 심층 인터뷰하여 자살자가 사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사회적 요인을 밝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심리사회부검이다. 최 교수는 “경찰청에서 제공한 충남지역 자살자의 조서를 전수조사해 자살이 많이 일어난 지역 중 세 군데를 정해서 심리사회부검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도시개발에 밀려 슬럼화된 구도심, 도시 외곽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도시 난개발에 따른 유흥가와 신축 원룸 혼합지역 등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했다. 최 교수는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 소통이나 유대가 적었다. 지역 정체성도 부족하며 주거환경이 열악해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의 한 대학 종합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6년간 일했다. 정신보건전문의 자격증이 있는 사회복지사는 정신과 환자에게 일반상담도 하고, 사회 적응과 관련된 상담이나 직업정보를 제공한다. 최씨는 “환자 중 자살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컸다. 이후 자살 예방에 관심을 가지면서 병원을 그만두고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자살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핀란드와 일본도 자살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핀란드는 국가 주도로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실시해 90년대에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씻었다.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 자살방지대책 작성을 의무화했다. 2009년부터 자살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최 교수는 “자살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우울증 문제뿐만 아니라 경쟁체제의 성찰, 약자의 배려와 상생을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지자체 자살예방 민간단체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복지부에 편성된 자살 예방 예산은 99억원이다. 자살률 2위를 기록한 일본(7508억원)의 1.3%에 불과하다.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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