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전남 영상미디어 교사 모임 대표 “직접 만든 얘기에 아이들 자부심”

2017.09.12

[주목! 이 사람]김민수 전남 영상미디어 교사 모임 대표 “직접 만든 얘기에 아이들 자부심”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고민해보고 스스로 표현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김민수 전남 영상미디어 교사 모임 대표(46)는 19년간 쌓아온 자신의 교육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1998년에 전남지역 초등교사로 임용돼, 취미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다가 영상에 눈을 돌렸다. 김씨는 “사진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 6㎜, 8㎜ 캠코더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아이들의 생활상을 영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는 전남지역 교사들과 초등학생들이 한데 모여 매년 한 편씩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영화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하 전미협)에서 영화제작 예산을 일부 지원받고,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이 사비를 털었다. 하지만 올해 전미협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2014년부터 매년 한 편씩 촬영했던 단편영화를 예술·문화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https://www.tumblbug.com)에 게시하고 후원을 받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단편영화에는 전남지역 초등학교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연과 조연은 학생들이 맡고, 촬영과 제작은 선생님들이 한다. 시나리오 작업은 선생님들이 뼈대를 세우고 학생들이 살을 붙인다. 영화는 부모의 이혼으로 광주에서 광양의 한 분교로 전학 오게 된 초등학생 준우의 적응기,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머리에 이가 퍼지면서 학생·선생님·학부모가 서로 갈등하고, 이를 적극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는 서사가 담겨 있다. 김씨는 “아이들의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영화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방학 때마다 서울에 올라가 영상전문가에게 영상제작 교육을 받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방문해 실무자들을 쫓아다니면서 조언도 구했다. 이렇게 쌓은 경험과 지식을 동료교사들에게 나누기 위해 2005년 전남 영상미디어 교사 모임을 만들었다. 4명이서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회원이 50명 정도다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 없이 교사들의 열정만으로 학생들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단편영화 제작과 전남지역 학생들의 영화 축제인 ‘순천 스쿨영상제’를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김 대표는 “전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군 간의 문화적 격차가 크다. 군 단위 지역은 고령화돼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시설과 활동이 넉넉하지 않다.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문화적 활동을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후원 모금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 중인 후원액은 현재 목표액의 10%를 채웠다. 아직 참여할 수 있는 90%의 기회가 남아있다.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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