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의 대축제, 휠체어 농구대회

김경은 편집위원
2017.06.27

휠체어 농구는 그 자체가 ‘휠체어로 꿈꾸는 세상’이다.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 스포츠 중 가장 격렬하고 치열한 운동이다. 볼 다툼 과정에서 휠체어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오뚝이처럼 일어나야 한다. 물샐 틈 없는 수비를 뚫기 위해 급하게 휠체어를 방향전환하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골밑으로 파고들어 골을 터뜨린다. 동작 하나 하나가 역동적이다. 탁구, 양궁, 테니스, 수영, 육상 등 수많은 장애인 경기가 있지만 휠체어 농구만큼 박진감 넘치고 짜릿한 스포츠는 없다. 그래서 휠체어 농구를 장애인 체육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 농구를 즐기는 이에게 숨겨진 상처를 어느 누가 감히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갑작스런 사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수술, 눈물로 이겨낸 힘겨운 재활, 그리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지낸 좌절과 실의의 시간…. 거기에 끝나지 않는다. 기업과 고향을 대표하는 유니폼을 입고 농구코트에 서기까지 지독한 훈련을 이겨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농구코트를 누비며 서로를 격려하는 파이팅 소리, 골을 넣은 손을 들어 환호하는 팔뚝에 흐르는 땀방울, 굴러가는 휠체어 바퀴 소리,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감동이다.

지난 6월 12일 잠실 서울시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제주도와 고양홀트 선수들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잠실 서울시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제주도와 고양홀트 선수들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제16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지난 6월 8일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잠실 서울시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뭐니뭐니해도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제주도, 서울시청, 수원무궁화전자, 고양홀트, 대구시청 등이 참가한 남자 1부팀의 경기다. 제주도가 결승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인 고양홀트를 81대 7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년 만의 왕좌 탈환이다.

12일 결승전에서 맞붙은 두 팀은 1·2쿼터에서 일진일퇴하며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접전을 벌였다. 불과 2점 차이였다. 그러나 3·4쿼터에서 대회 MVP를 수상한 제주 김동현 선수를 비롯, 김호용·송창헌·황우성 선수가 고르게 득점을 올렸다. 결국 10점 차의 낙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26개팀(남자 1부 5팀, 남자 2부 9팀, 비장애인 8팀, 여자 4팀) 4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번에 참가한 팀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모든 팀이 망라됐다.

휠체어농구는 장애인 팀과 비장애인 팀이 구분돼 있다고 해서 반드시 따로 경기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묶어 하나의 팀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남성과 여성이 혼성 팀을 이루는 것도 가능하다. 함께 땀으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농구 규칙은 보통의 비장애인 농구와 전혀 다르지 않다. 경기 인원과 시간, 경기장 규격, 골대 규정 등 모든 게 동일하다. 다만 휠체어를 선수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 차이다. 이 때문에 일반 경기에서 가장 흔한 파울인 더블 드리블은 없다.

장애 정도가 출전 제한을 받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중증 장애인과 경증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심할수록 ‘선수 포인트’가 낮다. 중증 장애인은 1.0~2.5, 경증 장애인은 3.0~4.0이다. 출전 선수 5명의 합계가 14포인트를 넘을 수 없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앞으로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인식 변화를 통해 모두가 어우러지는 소통과 화합의 대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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