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는 사회를 분열시키나 통합하나

2017.04.18

한 사회의 잣대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오기 전, 한국에서 학부를 다닐 때 필자는 홍콩과 대만에서 교환학생을 했었다. 일단, 평균적으로는 홍콩이 대만보다 더 잘 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5년 데이터로 따졌을 때, 홍콩은 인구당 국내총생산이 약 4만2000 달러로 캐나다와 독일 사이에 있고, 대만은 2만2000 달러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에 있다. 그러나 홍콩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극심한 불평등에 시달리는 곳이다. 대만은 홍콩보다는 훨씬 더 중산층이 두껍다. 부의 분배 측면에서는 대만이 홍콩보다 낫다.

이렇게 한 사물을 보는 데 여러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건 국가와 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디어를 보는 관점도 비슷하다. 블로그, 소셜미디어를 이해하는 주도적 관점 중 하나는 이들이 미디어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 공유, 소비에 참여하고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이다. 뉴미디어의 등장 초기에 이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는 주로 이런 뉴미디어에 대한 낭만적 시각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들은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보면 인터넷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고, 미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지적재산권·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은 제한되고 있다는 걸 반박의 사례로 제시한다.

뉴미디어 자체가 전통적 자유주의나 진보 편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진은 뉴욕 날씨가 춥다며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고 조롱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 / 트위터 캡처

뉴미디어 자체가 전통적 자유주의나 진보 편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진은 뉴욕 날씨가 춥다며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고 조롱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 / 트위터 캡처

하지만 뉴미디어가 이제 꼭 민주화, 진보의 편이 아니라는 건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이건 상식의 일부다. 트위터를 잘 쓰는 건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만이 아니다. 극단적 보수성향의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애용하고, 자기 세력 동원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제 뉴미디어 논쟁의 중심은 과연 뉴미디어가 사회를 통합하고 있느냐 아니면 분열시키고 있느냐라는 것이다. 이전보다 더 많고, 더 다양한 사람들이 공적 공간(인터넷)에서 떠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과연 누구와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서 봤을 때, 뉴미디어가 꼭 더 나은 미디어가 아닐 수 있다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더 다양한 미디어 선택지가 꼭 더 다양한 의견 수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언론 중에는 이념적으로 극단적 성향의 언론이 많다. 한쪽의 주장과 논리만 전달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좌에서는 폴리티코, 우에서는 브라이트바트 같은 신문이 대표적이다. 만일 개인들이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서 이런 극단적 언론을 취사선택한다면, 이들의 개인적 정보 환경은 전보다 더 편식에 가까워지게 된다. 나아가, 편식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온라인 뉴스 소비 패턴과 온라인 인맥 패턴이 상호 작용해 서로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 내 친구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기사를 보고 이 사람이 나와 같은 이념적 성향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 사람과 계속 친구관계를 맺을 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로 가까운 친구라면 서로 공유하는 기사도 비슷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전에 이들이 갖고 있던 이념적 성향이 자신들의 기존 신념에 확신을 더하는 정보를 통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에서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과연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지가 이슈였다. 이제는 양극화의 부각에 따라 과연 얼마나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통합하는지, 분열시키는지가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연(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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