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백남기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한국의 인권은 퇴보하고 있다”

2016.11.08

/ 이상훈 선임기자

/ 이상훈 선임기자

10월 25일은 고(故) 백남기 농민 부검 2차 영장집행의 만료일이었다. 이날 영장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형사 100여명과 9개 중대 1000여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 시민지킴이 등의 강한 반대로 강제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0월 28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검찰과 협의한 결과 유족이 지속 반대하고 집행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를 우려해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22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9월 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이 숨진 지 한 달이 지났고 다행히 경찰의 부검영장 강제집행은 막았지만, 장례는 아직 기약할 수 없다.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등의 약속을 받아야 하는데,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경찰과 검찰,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이 약속을 쉽게 받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물대포의 충격적인 압력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반향이 컸다. 그런데 경찰은 방송의 실험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 경찰이 스스로 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사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야 3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요구사항들 중에 몇 가지라도 이뤄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스스로 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노력과 국민적 압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쟁과정에서 국민들의 지지는 큰 힘이 됐다. “물품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많은 시민들이 택배로 물품을 보내줬다. 일주일 내내 택배차량이 줄을 지어 들어와서 장례식장 앞마당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거리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힘으로 지난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을 “아무리 세상이 후퇴해도 이렇게 비상식적일 수 있는가를 생각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지는 장면은 인터넷이든 어디에서든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 문제에 즉각 사과하지 않고 조사도 하지 않는다. 여당 국회의원들 중에서는 백남기 농민을 구하러 들어간 게 명백한 사람을 ‘빨간 우의’라 칭하면서 그가 백남기 농민을 가격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 만큼 명백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마지노선이다. “당시 살수차를 조종한 사람, 직사 살수를 지시한 계통, 명령권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의 책임을 명백히 물어야 한다. 서울대 백선하 교수도 특검을 하기 전에 이미 서울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 교수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람은 없는지 밝혀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건은 국가 공권력이 국민을 보호하는 세력인가 침해하는 세력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김 위원장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계속 퇴보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가면 이와 유사한 일들은 언제든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의 정권이든 차기 정권을 바라는 세력이든 이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넘어간다면 매우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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