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팟캐스트 진행자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책에 대한 관심 늘어나면 보람”

백철 기자
2016.10.18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 백철 기자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 백철 기자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팟캐스트 시장이 열린 지 5년이 넘었다. 게릴라 방송처럼 시작했던 팟캐스트 방송 중 청취자가 많은 방송은 자체적으로 광고를 유치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수천 개의 방송이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팟캐스트 생태계에서 저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정윤희·곽현화의 빨간책>은 독특한 존재다. 여전히 정치·사회분야 위주인 생태계에서 결방 한 번 없이 1년 넘게 책 방송을 이어왔다. 여성 진행자가 주도하는 점, 출판산업 종사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은 점도 특별하다.

6일 <주간경향>과 만난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42)는 “함께 진행하는 코미디언 곽현화씨와의 궁합이 참 좋다. 마음 같아선 30~40년 뒤 할머니가 되어서도 <빨간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팟캐스트에 책 방송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빨간책방>은 4년째 도서분야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대 이슈가 되는 책에 대해 저자와 함께 이야기하자는 생각에서 <빨간책>을 시작했는데, 사실 <빨간책방>과 같이 검색되는 면을 노린 점도 있다”며 웃었다. <빨간책>의 방송시간은 약 2시간이다. 최근엔 정유정 소설가, 오찬호 사회학 박사,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등이 출연했다. 정 대표는 “출판저널에서 오랫동안 저자 인터뷰를 하면서 나 혼자 저자의 육성을 듣고 글자만 남기기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저자의 목소리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방송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은 방송도 2시간 이상 들으면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다. 1시간씩 2편으로 나눠 들어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저 혼자 진행했으면 굉장히 지루한 방송이 됐을 텐데, 곽현화씨의 재능이 합쳐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곽씨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독서광이자 팟캐스트 진행 경험이 풍부한 방송인이다. 곽씨의 코미디언 특유의 센스 덕분인지 <빨간책>은 2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윤희 대표는 <빨간책>을 시작한 이후 전보다 책에 더 관심을 갖고 더 읽게 됐다는 청취자의 반응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올드 미디어 업계에서만 일했던 제가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에서 활동하면서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역할을 하게 됐다. 저 때문에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그것도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팟캐스트에 책 방송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몇 년간 팟캐스트 최상위권을 차지하던 정치·사회분야 방송에서 책 코너가 추가되기도 했다. 다만 정 대표는 “tvN의 <비밀독서단>을 제외하면 기존 방송매체에서는 책 프로그램을 거의 방영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자칭타칭 대안매체인 팟캐스트 생태계에서도 여성이 주도하는 방송은 찾기 어려운 데 대해 정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팟빵 순위 100위권 이내 프로그램 중 기존 지상파 방송국이 제작하거나 여성 정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여성이 중심이 된 방송을 찾기 어렵다. 정 대표는 “얼마 전 팟빵 순위를 쭉 보면서 저희 말고 여성이 메인 진행자로 있는 방송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며 “책, 출판 분야에서는 저 말고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여성들이 많은데,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식으로 사회가 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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