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페스티벌의 변화

2016.09.06

“아재의 기준이란 무엇인가요?” 며칠 전 SNS에 올라온 글이다. ‘아재’, ‘아재파탈’ 같은 말들이 등장하면서 아재는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용어는 하나의 문화와 쟁점들을 탄생시킨다. 비록 그것이 새로운 창조물이 아니라 일상 속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말이다. 올해는 소위 아재라고 자신을 지칭하게 되어버린 록 마니아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 시작은 국내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인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지산페스티벌)이었다. 3일간 9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린 지산페스티벌은 더 이상 록의 성지가 아니었다. 지코부터 비와이, 씨잼, 헤이즈 등 힙합의 지분이 높아졌다. 이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를 제작하는 CJ E&M이 주관사인 이유도 크다. 헤드라이너도 2일째 제드(Zedd), 3일째 디스클로저(Disclosure) 이렇게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었다. 록의 초라한 입지를 체감하게 된 록 마니아들은 허탈함에 빠지기도 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광경은 자신의 전성기를 떠나보내는 것처럼 복잡 미묘한 일이었다.

8월 중순 같은 날에 열렸던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과 ‘서울소울페스티벌’은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공연이다.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1999년 ‘트라이포트락페스티벌’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번째 열리는 국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페스티벌이다. 반면 서울소울페스티벌은 힙합, 알앤비, 소울 등 흑인음악을 엮은 최초의 페스티벌이다. 장르뿐만 아니라 관객의 패션 스타일이나 관람 방식,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서울소울페스티벌은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개척한 점, 그리고 그 시도에 열광한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는 면에서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음악 페스티벌은 1969년 미국 ‘우드스톡’(Woodstock) 때부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음악, 청년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록 페스티벌에 록이 아닌 장르가 들어오고 한편에서는 새로운 장르의 페스티벌이 생기는 것은 이 시대 청년들이 열광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지표기도 하다.

최근 들어 록 밴드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록의 시대는 끝났다”였다. 사실 록의 노화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다만 뮤지션과 관객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록 신에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스타가 나오지 않는 것도 하나의 위험 경보다. 음원사이트의 인기 순위를 보면 장르의 흥망성쇠가 한눈에 들어온다. 록 음악의 특권이라고 불렸던 저항정신은 힙합의 직선적인 랩으로, 전기기타와 드럼의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묵직한 비트로 빠르게 치환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싫든 좋든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아재가 된다. 록 음악도 마찬가지의 수순을 밟고 있다. 장르가 노령화되면 점차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인지, 고고하게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것인지,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 융합을 꾀하는 것인지, 여러 대안을 몸소 겪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사실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음악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튀어 올라온 분야는 아니다. 힙합의 경우 30여년 전부터 많은 뮤지션의 노고가 있었기에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전성기와 과도기, 탄생과 소멸은 어떤 장르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그리고 이는 가장 인간적인 절차이기도 하다. 음악이야말로 인간의 생을 그대로 담은, 그리고 인간이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장르가 아닌가.

<김반야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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