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예쁘고 잘생기고 볼일 ‘에로틱 캐피털’

만약 내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을 갖고 있다면, 혹은 정우성의 몸매를 갖고 있다면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설현의 몸매라면, 혹은 전지현의 마스크라면 뭇남성들이 졸졸 나를 따라오지 않을까.

살다보면 가끔씩 자신의 외양이 지겨울 때가 있다. 겉모습이 바뀐다면 새로운 사람으로 삶을 살 수 있을까. 백종열 감독의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신의 얼굴과 몸매가 달라지는 한 남자, 우진의 이야기다. 우진은 남자, 여자, 아이, 노인, 큰 키, 작은 키는 물론 심지어 일본인, 체코인으로도 변한다. 우진은 맞춤형 수제가구 ‘알렉스’를 만든다. 가구판매상인 마마스튜디오를 들렀던 우진은 상냥하면서도 박식한 이수에게 반한다. 이수는 처음으로 매일 달라지는 우진을 좋아해주는 여자다. 하지만 이수도 매일 달라지는 우진이 버겁다. 이수가 좋아했던 진짜 우진은 누구일까.

우진은 가끔씩 멋진 남성으로 변할 때마다 클럽으로 간다. 여성과 사귀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언제나 원나잇으로 끝난다. 다음날이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제3의 인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멋진 남성으로 변한 날, 우진은 이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로 한다. 며칠을 기다려 마침내 원하는 얼굴이 됐다. 우진은 외친다. “드디어 됐다. 아무리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지만 첫인상이 좋아야 기회가 생기는 법.”

[영화 속 경제]<뷰티 인사이드>-예쁘고 잘생기고 볼일 ‘에로틱 캐피털’

캐서린 하킴 런던 정경대 교수의 눈에는 ‘외모’도 자본이다. 이른바 ‘에로틱 캐피털’이다. 번역하자면 ‘미적자본’ 혹은 ‘매력자본’쯤 된다. 그는 <에로틱 캐피털>이라는 논문을 통해 돈이나 땅과 같은 ‘경제적 자본’, 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인 ‘문화적 자본’, 인맥인 ‘사회적 자본’, 그리고 외모인 ‘미적 자본(에로틱 캐피털)’ 등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미적 자본은 개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자본이지만, 학계는 일부러 무시했다고 하킴은 밝힌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무시가 미적 자본의 공급을 줄여 가치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미적 자본에는 6가지가 있다. 얼굴과 몸매의 아름다움(beauty), 성적 매력(sexual attractiveness), 붙침성 있는 사회성(social skill), 건강미 있는 활력(liveliness), 사회적 표현력(social presentation), 성적 능력(sexuality) 등이다.

예쁜 여성들은 남성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벨기에 루뱅대의 베르그 교수팀은 18~26세 남학생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돈을 주는데, 만약 그 돈이 만족스러우면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단 거부를 하면 둘 다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주는 쪽에서 돈 액수가 너무 적으면 ‘나도 안 받을 테니, 너도 받지마’라고 받는 쪽에서 판을 깰 수 있다. 그러니 주는 쪽에서도 이를 고려해 최대 액수를 제안해야 하고, 받는 쪽도 포기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선에서 액수가 결정된다.

연구팀은 실험하기 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많을수록 섹시한 여성에 대한 판단이 잘 흐려진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게임 중 속옷을 입은 섹시한 여성 사진을 보여줬다. 테스토스테론이 높아진 사람들은 상대가 자기 몫은 크게 하고 자신은 조금만 나눠줘도 받아들였다.

미적 자본을 높이는 투자는 성형열풍이나 몸짱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와 프로스포츠에서는 미적 자본이 사회적 자본이나 문화적 자본을 압도한다. 잘생기거나 표현력이 좋은 정치인도 인기가 높다. 캐나다 신임총리 저스틴 트루도는 외모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친화력과 표현력이 좋다. 때로 미적 자본은 경제적 자본과 교환된다.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혹은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는 한 고등학교의 급훈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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