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이 화요일로 간 까닭은

SBS <스타킹>이 출범 8주년 만에 큰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던 토요일 오후 6시 시간대를 내주고 평일인 화요일로 이전한 겁니다. 스타킹은 12월부터 화요일 오후 9시대로 시간대를 옮겨 편성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성민PD와 MC 강호동, 슈퍼주니어 이특이 개편한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타킹>이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토요일 저녁의 <전국노래자랑>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진기명기, 그리고 감동적인 사연이 모여 왁자지껄한 한 편의 축제를 연상하게 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때 <스타킹>을 연출하던 PD가 “MBC <무한도전>을 잡겠다”고 나서 화제가 될 정도였죠. 이러한 프로그램이 평일로 갔습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사건입니다. <스타킹>의 편성 이동은 방송가의 최근 큰 두 가지 경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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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더 이상 전 세대를 상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주말을 차지하기는 힘들어졌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애초부터 <스타킹>은 온 가족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은 갈수록 전문화, 첨단화됩니다. M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이나 tvN <문제적 남자>처럼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하거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인터넷의 여러 문화들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스타킹>은 더욱 폭넓은 대중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킹>의 특징이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등장이고, 전문적이지 않은 이들에게서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정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결국 <스타킹>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더욱 더 몰두하기로 하고 평일로 시간대를 옮깁니다. 이러한 결정 때문에 <스타킹>의 예능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선도 있었죠.

그리고 장수 프로그램의 운용에서도 의미있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방송가에는 MBC <무한도전> 같은, 10년이 넘어도 예리함을 유지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도 수명이라는 것이 있고, 해가 거듭할수록 진부함은 더해지고 신선함은 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는 방송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만들던 프로그램도 때가 되면 평일로 시간대를 옮겨 좀 더 힘을 빼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스타킹>은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골자에 맞춰 패널 수도 대폭 줄였고, 출연자도 두 팀으로 줄여 대결형태로 ‘스타킹’을 뽑습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기보다는 그 장기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이야기가 이들의 장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단 화요일로 간 <스타킹>의 연착륙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한때 주말을 평정했던 프로그램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5~6%의 시청률로 경쟁사 KBS2 <1대100>과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출발 첫 주에는 지상파 3사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해 개편의 호기가 무색하기도 했죠.

결국 방송 프로그램도 사람처럼 나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장수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중장년층을 공략해야 합니다. <스타킹>의 변신은 발전보다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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