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한 문재인과 안철수

2015.10.06

문재인과 안철수가 다시 마주보고 앉았다. 2012년 11월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선 지 2년 10개월 만의 장면이다. 아픈 기억을 들추자면, 두 사람은 2012년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후보였던 문재인에게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주당 후보 안철수’라는 그림을 만드는 데 기꺼이 동의해줬다면 아마도 박근혜 정부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직 대의만 생각했다면 가능할 수 있었던 정권교체를 무산시킨 역사적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고 안철수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불리한 룰을 무릅쓰고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받아들였더라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안철수 정부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사퇴 후라도 칩거가 아닌 손잡기에 바로 나섰더라면,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남아는 있었다. 책임의 우선순위, 무게의 경중은 있을지언정, 두 사람의 과거사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창선의 눈]다시 마주한 문재인과 안철수

이제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했던 두 사람은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무래도 안 좋을 때는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법이다. 문재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려놓기를 주저한다. 대선 당시에도 후보직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직에까지 강한 집착을 보였던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주저함과 집착은 감동을 줄 수 없는 법,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정치를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겪고 있는 대혼돈도 선제적으로 큰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문재인 리더십의 한계에 큰 책임이 있다.

안철수는 어떠한가. 대선 당시 사퇴를 결행하고 칩거에 들어가서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던 안철수는 아직도 자기를 넘어서는 정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꼭 옳은 것이 이기는 것도, 성적순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부당하게 생각되고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모든 것을 털고 넘어서는 큰 리더십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갈등의 순간, 꼬인 매듭을 푸는 정치를 하지 못하고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기는 쉽지만, 자신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정치인은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그 점에서 안철수는 공감능력의 취약함이 여전하다.
달라진 것 없는 두 사람이 충돌하다 보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불안해진다. 물론 야당사에서 라이벌 간의 경쟁은 언제나 있어 왔다. YS와 DJ는 서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다투며 분열하다가 6월항쟁의 열매를 노태우에게 안기는 죄를 지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YS와 DJ는 자기 힘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를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도 안철수도 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한쪽 없이는 자신도 서지 못할 정도로 힘이 약하다. 이를테면 적대적 공생관계이다. 그렇다면 경쟁하되 큰 틀에서는 같이 가야 두 사람도 살고 야권도 산다.

물론 두 사람의 경쟁을 권력투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정치이념과 노선의 경쟁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질서 있고 공정한 경쟁만 된다면 멋있는 경쟁은 우리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안철수의 충돌은 활력이 아닌 피로증을 유발하곤 했다. 책임 있는 반열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갈등조차 풀지 못하는 민폐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만 링 위에 오를 자격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큰 정치를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토리 키재기 식의 갈등을 계속한다면, 지켜보던 사람들은 결국 문재인도 안철수도 아닌 제3의 선수를 링 위에 올려놓으려 할 것이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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