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끝)) 만화 속 현실, 20년 전과 비슷

현실비판 전달 전력 다해 그동안 보내준 독자들의 격려에 보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100m 달리기로 하루 일과를 마치곤 했다. 신문사에서 마감시간에 쫓겨 만화 원고를 들고 책상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스캐너실로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종이원고를 들고 뛸 필요 없이 액정 태블릿으로 그려진 원고를 사내 전산망을 통해 달리기보다 빠른 빛의 속도로 보낼 수 있는 편리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도 예전처럼 드물게 오는 편지나 전화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인터넷에 게재된 직후부터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소감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 작가와 독자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이 빠르게 진보하는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그려지는 만화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장도리 20년 회고] (5(끝)) 만화 속 현실, 20년 전과 비슷

장도리가 연재된 해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황금만능주의와 고질적 부패구조의 희생자를 낳은 지 20년이 지나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은 또다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재벌 중심 경제성장 구조의 모순 탓에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재벌 중심의 사회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세태를 풍자하는 만화에 작가의 신변을 걱정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1970년대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국 사회가 표면적으로는 화려하게 성장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처럼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질환을 앓고 있으니 그 고통은 대다수 노동자 서민들이 떠안고 있다.

더 이상의 소재가 없어서 장도리가 재미 없어지는 날을 기다린다는 어느 독자의 댓글은 현실비판의 내용을 담은 만화를 통해 공감과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어두운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암울한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권력층의 화려한 허구적 구호에 의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힘든 현실일수록 직시하고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이 민주사회 시민의 의무일 것이다. 또한 많은 분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것이 지난 20년간 장도리에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들에 대한 작가의 의무일 것이다.

<박순찬 경향신문 화백>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