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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4

얼마 전에 여중생 세 명을 만나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를 나눴다. 일종의 방학숙제로 다양한 직업의 사람을 만나본다고 했다. 중학생 무렵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던 나이지만 진짜 기자를 만난 것은 신문사에 입사해서였다. 이런 생각에 미치니 이 학생들이 문득 부러워졌다. 여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느냐”고 했다. 학생들은 과제의 빈칸을 채우려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존재론적인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해 나 역시 오래 고민했었는데,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것이 이수형 전 동아일보 법조팀장의 말이었다. 기자를 막 시작한 무렵에 읽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자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들은 고향 선후배도, 고등학교 동문도, 밤새 술을 같이 마신 사람도 아니다. 결국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기자 업무의 여러 측면 가운데 정보 취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기자 일의 대부분은 정보전이다.

/김영민 기자

/김영민 기자

그의 말대로 정보를 얻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신뢰를 주는 것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취재원을 드러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보도하리라는 믿음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사람의 신뢰는 절대 압축되지 않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이 문서와 파일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다.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1971년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가기밀 문서를 빼내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유명하다.

장래희망이 열려 있는 중학생들에게 프로페셔널 기자의 취재기법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듣는 이야기도 많고, 그러다보면 판단도 올바르고, 결국에는 직업인으로도 생활인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해주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기자에게 필요한 것도 얕은 정보가 아니라 깊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부부터 시민의 마음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 해킹하고 있다. 학생들을 만난 뒤로 내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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