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사초’

2015.07.28

서울시가 7월 6일 공개한 ‘메르스 전문가 및 현장관계자 심층인터뷰결과.’ | 서울시

서울시가 7월 6일 공개한 ‘메르스 전문가 및 현장관계자 심층인터뷰결과.’ | 서울시

이른바 ‘메르스 징비록’에 실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터뷰를 보면 서울시 공무원들의 카톡방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시장부터 담당 주무관까지 다 참여하는 단톡방을 개설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메르스 징비록을 취재하면서 황보연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에게 이 ‘단톡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물어봤다. “안전사고가 나면 시장부터 관련 주무관까지 다 들어오는 카톡방을 개설한다. ‘현장 상황은 누가 통제하느냐’, ‘언론 대응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상황 공유가 이뤄진다. 직급이나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논의가 이뤄지니 일종의 집단지성에 의한 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 시장은 기록을 중시한다. 박 시장은 재·보궐선거 당선 직후부터 시민소통기획관실에 ‘기록팀’을 둬서 공식·비공식 면담과 일정 등을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주간경향>이 박 시장을 인터뷰했을 때도 배석해 질의응답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현재는 행정국 정보정책과 소속으로 돼 있다.

박 시장은 인터뷰에서 고려·조선시대의 ‘사초(史草)’를 예로 들며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메르스 징비록 인터뷰와 관련해서도 박 시장은 “사초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임해 달라”고 인터뷰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사초는 일종의 초고다. 조선왕조실록의 ‘실록’은 왕이 승하한 후 편찬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기록이 ‘사초’다. 원래 사초는 실록이 편찬된 후 홍제천에 씻어 폐기한다. 이를 세초(洗草)라고 한다. 종이는 조지서에 다시 보내져 재활용된다.

폐기가 원칙이지만 일부 개인적으로 보관해 가전(家傳)돼 내려오다 발견되는 사초는 관련 학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 실록에 기록돼 있는 ‘공식 역사’와 견주어 실상을 밝히는 데 귀중한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의 인터뷰 기록이 관심을 끄는 것도 비슷하다. 앞으로 발간될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사태의 발단과 전개, 수습과정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기획관은 “단톡방 대화도 다운받아 필요한 경우 백서 등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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