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스탠더드 조항

원희복 선임기자
2015.05.05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에 명시된 ‘상대국이 2011년 4월 1일 현재 농축 또는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경우, 원자력협정의 일부로서 동 상대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영토에서 농축 활동 또는 재처리 활동 또는 그러한 활동을 위한 구매 또는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말한다.

이는 핵확산 방지를 위해 원자력협정을 맺는 상대국에 핵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보통 골드 스탠더드(황금기준)라고 부른다. 이 조항은 2011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미국이 체결하는 모든 원자력협정에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발의했다. 이 법은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관례적으로 모든 외국과의 원자력협정 체결에 이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2일 한·미 양국이 가서명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에 일부 농축 조항이 삽입됐다. 비록 ‘미국과 고위급 회의를 통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원자력협정에서 대표적 족쇄로 작용했던 골드 스탠더드 조항을 우회해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에 가서명을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에 가서명을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그동안 한국은 모든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 건별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이번 협정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극히 제한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핵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운신의 폭이 다소 커진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핵연료 재처리 등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특히 습식 재처리 ‘퓨릭스’를 통해 추출되는 플루토늄은 곧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된다. 또 해외에서 재처리된 핵물질의 국내 반입도 엄격히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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