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전략공천은 오버한 것”

글·권순철 기자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2014.05.20

동교동계 설훈 의원이 본 새정치연합 지도부…“안철수 대표 더 많은 준비 필요”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부천 원미을)은 “안철수 대표가 3년 후에 대통령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지난 5월 8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너무 일찍 대통령을 하면 대통령 이후의 삶이 불행해진다. 지금까지 모든 역대 대통령이 그랬다. 안 대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전히 준비됐을 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초 약속했던 대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어야 했다”며 “당 지도부가 윤장현 후보를 공천한 것은 오버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설훈 의원은 지난 1985년 4월 동교동 비서실에 들어가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30여년 동안 정치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야당의 부침을 지켜봐 왔다.

[정치]“광주시장 전략공천은 오버한 것”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통합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등 그동안 양측에서 마찰은 없었나.
“대부분 지역에서 양측이 합의한 대로 공천심사위 위원을 동수로 구성했다. 합당의 상징적인 조치였지만 현실성이 떨어졌다. 안철수계에서 후보로 나올 만한 인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심위를 반반으로 구성해도 후보 반을 챙겨갈 수 없었다. 안철수 세력의 경우 안철수 대표와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전부였다. 지역에서는 대부분 민주당에서 탈당한 사람들이었다.”

광주시장 후보로 안철수계의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후유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실 내가 광주시장 후보 선출과 관련해 김한길 대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지지율이 높은 이용섭 의원에게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주고, 대신 이 의원의 지역구를 윤장현 후보에게 주는 방안이었다. 지도부가 양측을 이렇게 타협시켰다면 윤장현 후보는 이용섭 후보를 열심히 도와줄 수밖에 없고, 대신 윤 후보는 이 후보 지역구에서 의원이 되는 것이 가능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한길 대표는 내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아무 답이 없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한편으로는 지도부의 고충도 이해한다. 원래는 경선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전략공천을 한 것 같다. 김한길 대표 입장에서는 안철수 대표 측을 배려한다고 했는데 지혜롭지 못한 것 같다. 또한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희생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제일 좋은 것이 경선에 부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가 광주시장 공천과정에서 오버한 것 같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공천한 윤장현 후보가 떨어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용섭 후보나 강운태 후보가 당선하면 안철수 대표에게 큰 타격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 안철수 대표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정치를 모른다. 초선 의원의 경우 대부분 오랫동안 정치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국회로 들어온다. 의원이 되기 전에 많은 트레이닝을 한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대표는 우리 의원들이 이끌어줘야 한다. 안 대표는 국민적 지지율이 높고 훌륭한 정치인으로 커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키워줘야 한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3년 남았다. 사실은 안 대표가 3년 후에 대통령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다. 김대중 대통령은 73세에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일찍 대통령을 하면 대통령 이후의 삶이 불행해진다. 지금까지 모든 역대 대통령이 그랬다. 안철수 대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전히 준비됐을 때 나와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시·군·구 현역 기초자치단체장 20%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당초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나.
“그렇게 선언할 수는 있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새정치연합 소속 현역 단체장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면 무조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새정치연합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 무소속 단체장과 3자 대결을 할 경우 승리할 수 없다. 무소속 단체장이 당선하거나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밖에 없다. 현역 단체장의 경우 지역주민과 단체를 장악하고 있는 힘이 매우 세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기존 당론을 포기하고 정부·여당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에 찬성,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기초연금법안 통과 과정에서 지도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은 ‘더욱 더 많은 국민들에게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을 계속 압박했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라고 했어야 했다. 특히 이 문제는 새로 선출된 박영선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에게 새누리당과 다시 협상하도록 했어야 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기초연금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봤는데, 지방선거는 기초연금법안과 관계없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우세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상상 이상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성적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모두 승리할 것이다. 지난 전월세 파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사했다. 이들은 절대로 새누리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그동안 시정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승리가 낙관적이다.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박근혜 정권 심판 선거가 될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합당한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국민 앞에 시원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또한 당이 정부·여당에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비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면 선명한 야당이 되기 어렵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역대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는 잘 안 맞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가 자기의 정치적 성향과 달리 거꾸로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야당에는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숨은 표가 있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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