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풍년신인왕 경쟁 화끈

2013.09.17

올 시즌 한국 남·녀 프로 골프 투어에는 슈퍼 루키들이 넘쳐난다.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루키들의 신인왕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투어의 인기와 판도 커지고 있다.

신지애(미래에셋), 김하늘(KT), 김경태(신한금융그룹)의 공통점은? 투어 신인왕을 거쳐 톱클래스로 성장한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신인왕은 톱클래스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진다. 평생에 한 번뿐이라는 희소성은 더 크다.

올 시즌 한국 남녀 프로골프투어는 그 어느 해보다 신인왕 경쟁이 뜨겁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김효주(롯데), 전인지(하이트진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박준섭(캘러웨이), 문도엽, 송영한(핑) 등 슈퍼 루키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치열한 신인왕 경쟁에 “신인왕 주인공은 장갑을 벗어봐야 알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여자 프로골프투어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해마다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신예가 등장하면서 인기와 판을 키워왔다. 올 시즌은 상상 이상이다. 투어 카드를 가진 108명 가운데 신인은 20여명. 그 중 김효주와 전인지는 단연 두각을 보이며 KLPGA 투어 역사상 가장 뜨겁게 신인왕 레이스를 달구고 있다. 신인왕뿐 아니라 각종 부문에서 1·2위에 올라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흥행 중심에 선 김효주, 전인지의 라이벌 경쟁
‘신인왕 라이벌’ 김효주와 전인지는 지난 9월 5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에서 개막한 한화금융클래식에서 한 조로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김효주와 전인지는 올 시즌 성적대로 편성된 라운드에서는 여러 차례 맞붙었다. 그러나 주최측 조 편성으로 한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처음이다. 대회 주최측이 흥행을 위해 두 선수를 한 조로 묶으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9월 5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에서 개막한 한화금융클래식 1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김효주 선수. | KLPGA 제공

9월 5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에서 개막한 한화금융클래식 1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김효주 선수. | KLPGA 제공

현재는 시즌 개막전인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가 전인지에게 한 뼘 앞서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으로 아마추어는 우승을 해도 정회원 자격만 받는 규정을 없애고 시드를 받는 ‘김효주법’을 만들었던 김효주는 프로에서도 명불허전이다. 대상, 신인상, 최저타수상 등에서 1위를 달리며 슈퍼 루키라는 이름값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승세는 전인지가 더 무섭다. 지난해 KLPGA 2부 투어 상금랭킹 2위로 올해 투어 카드를 받은 전인지는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인상, 최저타수상 등에서 간발의 차로 2위에 오르며 김효주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한 살 터울인 김효주와 전인지는 주니어 시절부터 비슷한 길을 걸었다. 6살 때 골프에 입문한 김효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한 전인지보다 조금 빨리 두각을 나타냈지만 둘 모두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에는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 1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차분함, 장타보다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보기가 많지 않은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비슷하다.

김효주와 전인지는 코스 밖에서는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코스 안에서는 팽팽한 라이벌 의식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김)효주가 우승을 한 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 ‘톱 10’ 이상만 9번을 기록한 김효주는 “경쟁할 수 있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기량이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9월 5일 개막한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전인지 선수의 13번홀 티샷 모습. | KLPGA 제공

9월 5일 개막한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전인지 선수의 13번홀 티샷 모습. | KLPGA 제공

해마다 실력 있는 신예들의 가세로 판을 키워왔던 KLPGA는 김효주와 전인지라는 흥행 카드가 더해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엔 112억원을 걸고 20개 대회를 치렀지만 올해는 23개 대회에 총상금 132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평일 3라운드에, 총상금 2억원짜리 대회도 열렸지만 올해는 최소 상금이 5억원을 넘는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에서 KLPGA 투어를 해설하는 박원 해설위원은 “2008년 유소연·최혜용의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 이후 슈퍼 루키의 라이벌 경쟁은 KLPGA 투어의 흥행 공식이 됐다”며 “김효주, 전인지는 기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골프 아이돌’처럼 재능도 많다. 그만큼 투어의 흥밋거리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꽃미남 루키 전성시대
올 시즌 여자 투어가 잔칫집 분위기인 반면 남자 투어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2011년 말 회장 선출 문제로 시작된 내분과 불경기 등이 더해지며 대회 수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08년 역대 최대인 20개 대회를 치렀지만 올 시즌 개최가 확정된 대회는 13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 6개 대회는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 등과 제휴해 퀄리파잉(Q) 스쿨을 통과해 시드를 얻은 선수만 출전할 수 있으므로 일반 대회는 채 10개도 되지 않는다. 선수들 사이에선 “대회 수가 너무 적어 경기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설 자리가 좁아진 남자 프로들이 해외 투어로 시선을 돌리면서 남자 투어는 ‘스타 플레이어 부재’라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대현(하이트진로), 김민휘(신한금융그룹), 김비오(넥슨) 등은 미국 무대로 떠났고, 이상희(호반건설), 김도훈(넥슨) 등은 일본 투어로 진출했다.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고 있는 것은 올 시즌 투어에 데뷔한 루키들의 활약이다. KPGA 투어는 2011년까지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투어 입문 3년으로 규정하면서 중고 신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신인 규정을 투어 데뷔 당해연도로 바꾸면서 20대 초반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세대 골퍼에 몰리는 여성 팬들의 사인공세
국가대표상비군 출신 송영한은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8위, 동촌CC KPGA선수권 공동 6위 등 두 차례 톱 10으로 신인왕 레이스의 맨앞에 서 있다. 송영한은 정교한 아이언 샷(그린적중률 5위·80%)이 장기인 선수다. 송영한과 국가대표상비군 동기인 박준섭은 지난 6월 열린 군산CC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송영한을 바짝 쫓고 있다. 박준섭은 평균 드라이브 샷 299야드로 5위에 올라 있는 장타자인 데다 퍼팅(5위·온 그린 시 퍼트 수 1.72개)도 정교하다. 문도엽은 지난 8월 초 열린 솔라시도 파인비치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라 눈도장을 받았다.

스물두살인 송영한과 문도엽, 스물한살인 박준섭은 공통점이 많다. 정규 투어에 데뷔하기 전 2부 투어인 아카데미, 챌린지 투어 등에서 경험을 쌓아 투어에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대 골퍼답게 개성이 강하고 꽃미남 골퍼라는 공통점으로 대회마다 여성 팬들의 줄 잇는 사인공세도 받는다. KPGA 박호윤 국장은 “2부 투어에서 우승하려면 이틀 동안 10언더파 이상을 쳐야 한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올라왔기 때문에 정규 투어에 오자마자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 부재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KPGA는 꽃미남 루키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분과 불경기 여파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KPGA는 몇 달 전 위기 타파를 위해 ‘코리안투어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각 대회 우승자와 갤리리의 무료 동반 라운드를 진행하고, 상시적인 팬 사인회를 여는 등 스폰서와 팬을 위한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KPGA 황성하 회장은 “실력이 좋은 게 프로가 아니라 팬들을 불러 모으는 사람이 프로”라고 말했다.

<이지연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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