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청’ 탄생할까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2012.12.25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가장 뜨겁게 떠오를 이슈 가운데 하나가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일 것이다. 나라 안팎의 바뀐 환경과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에 맞춰 정부 조직을 개편하려는 의지와 요구가 있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소속된 지식경제부도 개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관계와 학계 주변에서는 새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해당사자나 관계자 입장에서는 논쟁적 사안이 될 주장도 과감하게 제시된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일반예산과 인사 및 예산행정의 견제를 위해 기획예산처를 분리해야 한다는 안이 나오고, 과학교육기술부와 관련해서는 교육행정 독점 방지 및 일관성을 위해 교육위원회 설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기능을 분리하고, 고용노동부의 기능을 노동정책만으로 축소하며, 여성가족부를 청소년위원회·여성위원회·보건복지부 등으로 분산하는 등의 주장도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처 복귀안도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건물

우정사업본부 건물

‘우정청 승격’ 논의가 뜨거운 우정사업본부가 소속된 지식경제부는 차기 정부 조직개편의 핵 중의 핵이라고 할 만하다. 행정공무원노조가 지난 12월 13일 김재홍 경기대 교수팀에 의뢰해 작성한 ‘새 정부 조직개편’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모두 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과학기술부의 부활에 뜻을 두고 있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지경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 진영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과 공약 등을 감안할 때 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지경부의 위상은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문 후보는 중소기업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느 경우든 지경부 개편은 방통위나 외교통상부의 향방과 맞물려 있어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다. 방통위의 IT산업 부문이나 외교통상부의 경제통상 부문 등을 어디로 붙이느냐에 따라 지경부의 규모나 기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정사업본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되든 우정청으로 승격 내지 독립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서민경제와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할 것이고, 거기에 우정 부문이 갖고 있는 금융의 역할이 주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의 최대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측면에서 서민금융의 확대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우정사업본부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면 말이다.

우정의 역사는 1884년 우정총국 개설과 함께 시작됐다. 1885년 한성전보총국에서 전산업무를 취급했고, 1893년부터는 전우총국에서 우편과 전산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1894년 갑오경장 후에는 공무아문의 역체국과 전신국이 그 역할을 하다가 이듬해 행정조직이 개편되면서 농상공부 통신국에 속했다. 농상공부 통신국은 1900년 통신원으로 독립했다. 통신원은 을사늑약 후 통감부 통신관리국, 경술국치 후 조선총독부 통신국으로 대체됐다. 통신국은 통신 업무만이 아니라 전기와 해운, 심지어 기상관측과 가스 업무까지 관장했다. 1912년 체신국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한때 수력발전 업무까지 담당했다. 정부 수립 후 체신국은 체신부로 바뀌고 우편, 전신·전화, 체신금융 부문을 관장했다.
 
체신금융 업무는 1977년 농협으로 넘겼다가 1983년 복원했다. 1982년 전신·전화 부문을 담당하던 한국전기통신공사(지금의 KT)가 떨어져 나갔다. 체신부는 1994년 정보통신부로 개편됐고, 2000년 지금의 우정사업본부 체제로 출범했다. 2008년 정부 조직이 개편으로 지경부로 소속이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 세기 동안 역동적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던 우정사업본부가 또 다시 변화의 기로에 섰다. 개화의 첨병에서, 정보통신산업의 산실에서, 이번에는 경제민주화의 든든한 기반으로 설 것인지 주목된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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