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녹색 심장부’ 움부리아

2012.12.11

룽가로티 와이너리는 1962년 농업 경제학자이자 포도재배학자인 조르지오 룽가로티에 의해 설립되었다.

녹색의 정원 테레베 계곡 멀리 푸른 구릉에 펼처진 포도원.

녹색의 정원 테레베 계곡 멀리 푸른 구릉에 펼처진 포도원.

움부리아(Umbria)는 토스카나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한 와인과 올리브의 생산지이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들에게 생소한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이다. 움부리아는 북동쪽 이탈리아 반도의 내륙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흔히 토스카나를 갈색의 대지라고 한다면, 이곳은 이탈리아의 ‘녹색 심장부’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면하지 않은 우리의 충청북도에 해당하는 주이다.

움부리아를 대표하는 룽가로티 와이너리를 방문하기 위해 로마를 출발, A1고속도로를 따라 170km를 달려 토르지아노에 도착하였다. 토르지아노는 작지만 아름다운 와인마을이다.

1962년에 설립된 신생 와이너리
룽가로티 와이너리는 1962년 농업 경제학자이자 포도재배학자인 조르지오 룽가로티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에 속한다. 그는 처음부터 이 곳 토양의 잠재력을 믿고 가족 소유의 오래된 농토를 포도원으로 바꾸었다. 와인과 문화 그리고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무명의 움부리아 와인을 세계적인 와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였다. 룽가로티는 현재 토르지아노와 몬테펠코에 있는 두 곳의 와이너리에 총 250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박물관과 올리브박물관과 더불어 격조 있는 5성급과 3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룽가로티의 정신은 그의 사후에도 부인 마리아 그라치아, 두 딸 테레사 세베르니·키아라 룽가로티에 의해 계승되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룽가로티는 이 지역에서 최초로 DOCG등급(1등급)을 획득한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발돋움하였으며, 이탈리아 와인명가 클럽인 그란디 마르키(Grani Marchi)의 회원이 되었다.

룽가루티 소유의 고색창연한 부티크 호텔 레 트레 바셀레 내부.

룽가루티 소유의 고색창연한 부티크 호텔 레 트레 바셀레 내부.

호텔에서 마을 중심에 있는 와인박물관까지 시간여행을 하듯 중세의 거리를 느리게 걸었다. 룽가로티 와인박물관은 와인이 바로 문화라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에 따라 1974년에 문을 열었다. 소장품의 양과 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전에 필자가 방문했던 유명한 사토 무통 로스칠드의 박물관을 능가하였다. 17세기 그라치아니발리오니의 여름궁전을 개축한 유서 깊은 건물로 2개 층에 19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로 이루어졌다. 3000여점의 방대한 유물과 자료들이 고대에서 현대까지 테마별로 잘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고대 그리스시대 때 암포라(와인을 담은 항아리)가 어떻게 선적돼 운송됐는가를 잘 보여줬다. 소장품 중에는 피카소가 바카날(바커스 축제)을 묘사한 판화와 프랑스 시인 장 콕토가 와인을 찬미한 도자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와인박물관 방문을 마치고 룽가로티의 또 다른 열정의 산물인 올리브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2000년에 문을 연 올리브박물관 역시 오래된 중세건물을 개축한 곳으로 10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졌다. 수천년간 서양문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와 올리브유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전시돼 있었다.

셀라도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룽가로티 와이너리 소유주 테레사 세베르니.

셀라도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룽가로티 와이너리 소유주 테레사 세베르니.

포도원과 올리브 농원의 평화로운 장관
저녁은 룽가로티의 큰딸인 테레사 세베르니의 초청으로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가졌다. 2009년 서울에서 만난 이후 3년 만의 재회였는데 오랜 친구처럼 반겼다. 그녀는 보르도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와인 메이커다. 특히 2011년에 저술한 와인입문서 를 읽어보면 그녀가 얼마나 와인문화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익어가는 와인
아침에 일어나 그녀의 권고에 따라 호텔 내부와 부대시설을 둘러보았다. 창문을 여니 부드러운 구릉에 푸른 포도원과 은빛 녹색을 띤 올리브 농원의 평화로운 장관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내부는 현대적인 시설로 개조되었지만 티베르강 계곡을 전망할 수 있는 호텔은 중세의 성벽을 끼고 고색창연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호텔이 자랑하는 비노테라피(Vinotherapy) 스파는 항산화작용과 피부회복능력이 탁월한 포도와 와인을 물 대신 사용한다. 몇 년 전 필자가 방문한 적이 있는 오스트리아 바카우계곡 로이지움에 있는 와인 테마호텔 이상의 시설을 갖추었다.

본격적인 와인 투어는 PR담당인 그라지아 체치니 여사의 안내로 이루어졌다. 토르지아노와 브루파 사이 구릉에 있는 포도밭은 해발 210~300m에 위치해 있다. 티베르강이 생성되기 전 호수였던 이곳은 침전물에서 탄생한 다공질의 탄산석회 토질로 배수가 잘되어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곳이다. 대륙성 기후로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여름에는 무덥지만 바람이 많아 건조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룽가로티의 최고급 포도재배지다. 높은 지역에서는 주로 레드와인 품종인 산지오베제, 카나이올로(Canaiolo), 메를로, 카베르네 쇼비뇽, 시라를 재배한다. 기온이 낮고 토질이 깊은 낮은 구릉 경사지에는 화이트와인 품종인 트레비아노(Trebbiano), 샤르도네, 베르멘티노(Vermentino), 피노 그리지오 등을 재배한다. 230ha의 광활한 녹색 포도원과 티베르강 계곡 너머 멀리 언덕 위에 아스라이 보이는 주도 페루지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유서깊은 중세건물을 개조한 룽가로티의 올리브 박물관.

유서깊은 중세건물을 개조한 룽가로티의 올리브 박물관.

와인 시음과 제조과정을 보기 위해 마을 어귀에 있는 와이너리로 이동하였다. 셀라를 구경하는 동안 현대적인 제조시설과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익어가는 와인의 향기를 느끼면서 룽가로티의 와인을 만드는 철학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현대적인 기술에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중시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모토!

셀라도어는 와인 숍과 함께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총 5종류의 와인을 시음하였다. 룽가로티의 대표적인 레드와인 중 하나인 루베스코 리세르바 비냐 몬티키오는 산지오베제 70%와 카나이올로 30%를 배합하여 만든다. 오크통에서 1년, 병에서 다시 수년 동안 숙성하여 출하하지만 3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 짙은 루비 색깔, 체리, 블랙베리, 제비꽃의 향과 스파이시하고 강한 구조감 속에서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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