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옮긴 오페라의 유령 공연 실황

2011.12.06

UIP코리아

UIP코리아

제목: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원제: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작곡: 앤드루 로이드 웨버

출연: 라민 카림루, 사에라 보게스, 해들리 프레이저

제작: 캐머론 매킨토시

특별게스트: 마이클 크로포드, 사라 브라이트만

개봉: 2011년 12월 15일 예정

상영시간: 2시간 55분

대단원의 막이 내리고, 배우들의 무대인사도 끝난다. 이윽고 커튼이 다시 열린다. 관중뿐 아니라 출연배우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커튼 뒤에서 걸어나오는 한 남자에게 쏠린다.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진다. 그는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감사인사 끝에 이 남자는 또다른 ‘이날 밤의 특별손님’을 소개한다. “그녀는 나의 ‘음악의 천사’다”라며.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다시 커튼이 열리며 한 여인이 나온다. 남자는 반갑게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여인은, 25년 전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또다른 남자에게 먼저 다가선다. 한참 뒤에야 그 여인은 이날 밤의 주인공과 형식적인 포옹을 한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상처를 받았을까.

이 남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다. 격식을 차린다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 경이다. 1992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는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도대체 무슨 공을 세웠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0), 에비타(1976), 캣츠(1981), 선셋 불리바드(1993). 뮤지컬에 문외한인 이들도 제목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모든 작품들은 다 그의 것이다. 하지만 여인은 그의 ‘소유’로 남지 않았다.

여인의 이름은 사라 브라이트만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가수다. 그리고 25년 전, 그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이었다. 마이클 크로포드가 당시 팬텀 역을 맡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 바로 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1986년 9월 27일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 있는 왕립극장에서 초연되었으니, 올해가 25주년이다. 12월 개봉하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은 지난 10월 1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그 공연 실황을 담고 있는 영화다. 팬텀 역에는 라민 카림루가, 팬텀의 뮤즈 크리스티앙 다에 역에는 사에라 보게스, 그리고 팬텀의 연적(戀敵)인 라울 역은 해들리 프레이저가 맡았다.

<오페라의 유령>의 ‘사이드 스토리’는 바로 이 뮤지컬 넘버들을 만들어내고, 총연출을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주연 여배우 사라 브라이트만의 관계다. 초연 2년 전 그들은 결혼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48년생이고, 사라 브라이트만이 1960년생이니 띠 동갑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지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들은 1990년 이혼하고 음악적 파트너로만 남았다. <오페라의 유령> 스토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으니 생략하자.

맨앞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을 소개하는 말, ‘나의 음악의 천사’는 뮤지컬에서 한때 크리스티앙 다에가 팬텀의 진짜 모습으로 믿었던 존재다. 그녀는 음악적 스승 팬텀이 악사였던 아버지가 보낸 수호천사라고 믿는다. 하지만 팬텀은 스스로를 알고 있다. 자신이 밤의 괴물이라는 것을.

묘하게 두 사람의 관계가 스며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사실 <오페라의 유령> 작품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미 2004년에 극영화 형식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한 차례 소개되었지만, 오리지널 뮤지컬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우리로서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이 훌륭히 그 대체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덤으로 역대 팬텀들과 특별 게스트 사라 브라이트만의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 공연까지 볼 수 있다! 오리지널 넘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2시간 55분이라는 러닝타임(중간에 쉬는 시간까지 있다)이 지루하지만은 않으리라. 아쉬운 것은 오리지널 뮤지컬 무대에서 ‘팬텀의 편재성’을 상징하는 신으로 객석 곳곳에서 팬텀의 목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입체성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시사회장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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