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류 열풍, 대단한 걸~그룹

2010.10.05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걸그룹 인기가 일본에서 하늘을 찌른다고 하여 제작진이 찾아간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거리. 이쪽을 보면 ‘카라’, 저쪽을 보면 ‘소녀시대’로 “여기가 서울이야?”할 정도로 어리둥절해 하며 시부야 타워 레코드 매장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룹 소녀시대. |스포츠칸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룹 소녀시대. |스포츠칸

이 매장은 지난 8월 엄청난 인파로 카라의 게릴라 콘서트가 3분만에 중단(?)된 흥행 이후 ‘KOREA-POP(K-POP)’코너 매장을 아예 따로 떼어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일본 현지에서 발매된 카라의 ‘KARA VACATION’이 오리콘 주간 블루레이 디스크 아이돌 이미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일본어 버전인 ‘지니(Genie)’는 오리콘 일간 싱글차트 2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빌보드 챠트와 더불어 양대 산맥인 오리콘(Oricon)은 ‘Original Confidence’(절대적 신뢰)의 줄임말로 매주 월요일부터 7일동안 CD, DVD 판매량을 집계하여 화요일에 그 순위를 발표한다. ‘아직 인지도가 확실치 않은 해외가수’의 능력이나 위치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척도로 일본 내에서 특별한 로비를 하지 않고도 공중파 방송에 입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평가된다. 

제작진을 만난 다나카 히시카츠(오리콘 편집장)는 “한국 걸그룹의 인기는 실제로 대단하다”며 아시아 여성그룹의 진출 30년만에 이룬 쾌거라고 평가했다. 인기가 이러하다보니 한국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일본 네티즌들은 삐딱한 시선을 보냈다. 이들은 “소녀시대=성형시대”라면서 순진한 일본인들의 현혹을 막자며 악플로 도배를 하며 ‘한국 걸그룹 ’확산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소녀시대 복장을 입은 일본 여성팬들. |스포츠칸

소녀시대 복장을 입은 일본 여성팬들. |스포츠칸

과거 욘사마 열풍이 일본내 40~50대 아줌마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면 지금 일본에 불고 있는 신한류(新韓流)는 욘사마 열풍에도 끄떡없던 일본의 10대 여성들에게 ‘열광의 도가니탕’을 선물하고 있다. 10대 여성들은 코스튬 플레이(일명 코스프레)로 한국의 걸그룹과 똑같은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흉내내는 것을 문화코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걸그룹에 대해 ‘스타성’과 ‘상품성’의 이미지가 강한 반면 일본의 10대 팬들은 한국의 걸그룹에 대해 다년간의 연습 생활과 고된 훈련을 거쳐 단련된 뮤지션 또는 실력파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더 강하게 부여하고 있었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인 ‘AKB48’(A팀/K팀/B팀이 모두 합쳐 48명)은 모두 함께 무대에 설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이 좋아하는 멤버를 투표로 뽑아 선발해 방송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기차기춤’을 추며 나오는 소녀시대의 이기적인 ‘각선미’에는 게임이 안된다고 판단한 ‘동경(東京)소녀’들의 마음은 이미 ‘동경’ 수준을 넘어 정신적 로망으로 향했다. 

일본에 부는 신한류 열풍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이 정도 인기로는 부족하다. 카라의 엉덩이춤이든 소녀시대의 제기차기춤이든 일본열도를 더 흔들어 놔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시 일본어로 노래부르는 것이 굴욕적이라는 국내 논란에 대해서도 일본 현지 진출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다는 의견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단순히 콘서트뿐만 아니라 일본의 교양, 예능, 드라마 모두에 출연하여 신한류(新韓流)를 알리려면 의사소통이 필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소절 정도는 한국어를 첨가해서 마지막 자존심은 지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방어를 할 때가 있고 찌를 때가 있듯이 지금은 시야를 넓혀서 판을 키울 때라고 생각한다. 판을 키우고 살을 찌워 한국의 대단한 걸그룹이 일본을 발판삼아 월드걸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호석 S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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