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우표 언제 나오나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2010.05.1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겠지만 그의 방중을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바로 우표다.

북한의 우표들.

북한의 우표들.

북한은 ‘지도자 동지’의 동향, 그 가운데에서도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 반드시 기념우표로 낸다. 김 위원장이 2004년 4월과 2006년 1월에 방중했을 때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중화인민공화국 비공식 방문기념’이라는 제목의 기념우표가 나왔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북·일 두 정상이 평양선언에 서명하는 장면이 담긴 우표를 발행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에도 ‘북남고위급회담기념’ ‘북남수뇌상봉기념’이란 제목으로 우표를 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우표 발행에 관한 한 남한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정무원 체신부 산하 조선우표사에서 연간 90~130종을 발행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연간 20~30종 내는 것에 비하면 4~6배 자주 발행하는 셈이다. 우표를 편지 부치는 용도 외에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북한 우표에 ‘북한답지 않은’ 주제가 담기고 세련된 모양이 적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실제 1980년대 이후 나온 북한 우표를 보면 국제 행사나 외국의 유명인사가 종종 등장한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이 주제로 오르고 파블로 피카소나 아이작 뉴턴, 펠레 같은 인물이 소재로 채택된다. 1996년 2월에는 남한에서도 인기있는 중국 노래 ‘톈미미(첨밀밀)’의 가수 덩리쥔(鄧麗君)을 기념하는 우표가 나오기도 했다. 모두 외국의 우표수집가에게 판매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이니 우표에서만큼은 수요자 중심 마인드가 작동한 셈이다.

북한이 남한보다 우표를 먼저 발행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제 치하에서 막 벗어났을 때 우표를 발행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우표 위에 ‘조선우표’라는 글자를 덧씌운 가쇄(加刷)우표를 만들어 임시로 썼다. 그러다가 1946년 3월 12일 북한이 최초의 자체 우표를 발행했다. 남한의 첫 우표는 그로부터 두 달 반 뒤인 5월 1일 나왔다.

그래도 당시 남북간 이질성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다. 그해 8월 15일에 나온 북한의 ‘해방 1주년 기념우표’에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 뒤 배경에 태극기, 그 위에 무궁화가 새겨져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태극기와 무궁화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일성 정권이 정착해 남한과 체제경쟁에 들어가면서 우표에서도 정치적 냄새가 짙게 배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0일 발행된 우표는 6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중앙청 청사 위에 인공기를 게양한 채 ‘서울해방기념’이라고 새긴 이 우표는 북한군이 전쟁 사흘만인 6월 28일 서울을 점령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우표다.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네’라는 가사와 악보를 담은 우표, 김일성 부자 생일에 맞춰 인민의 충성을 유도하는 우표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체제 유지를 위한 선전 우표도 많다. 지난 3월에 나온 두 종류의 우표를 보자. 하나는 ‘일제는 우리 인민의 피맺힌 원쑤, 기어이 결산하리’라는 구호와 함께 일본 군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만화, 다른 하나는 ‘미제는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구호 위에 북한군이 미군의 머리를 총 개머리판으로 내리치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남쪽에서 공감할 만한 우표도 있다. 2005년 11월 을사늑약 100년에 즈음해 낸 ‘일제의 을사5조약 날조 100년’이란 우표나 2007년 7월에 나온 ‘리준(이준 열사) 서거 100돌 기념’ 우표는 ‘주체 ○○년’이란 표기만 없다면 남쪽에서 보아도 거부감이 없다. 이런 동질적 영역을 찾아 나선다면 남북 공동 우표도 생각할 수 있으나 현재 남북관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은 북·중 정상회담 우표가 언제 어떤 모양으로 나올 것인가만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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