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에 푹 빠진 국내외 유명인사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2010.05.04

지난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89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많은 나라에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1980~2001년 20년 동안 IOC를 맡아 이끌면서 올림픽을 성장시킨 공로를 기리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특히 1981년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됐음을 알리는 “세울 꼬레아”라는 그의 음성을 잊을 수 없다.

왼쪽부터 사마란치, 사르코지, 샤라포바, 론 우드, 김성환 화백.

왼쪽부터 사마란치, 사르코지, 샤라포바, 론 우드, 김성환 화백.

사마란치는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우표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올림픽 헌장 40조에는 ‘개최국은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에서 반드시 문화행사를 열어야 하며, 행사 프로그램은 사전에 IOC 집행위에 제출돼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만든 주역이 사마란치다. 이 규정에 따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처음으로 올림픽우표전시회가 열렸고,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이어졌다.

베이징 올림픽 때 사마란치는 자신의 소장 우표를 전시했다. 1993년 제네바에 올림픽 박물관을 세울 때에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우표 1만2000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우표를 열렬히 사랑한 전문 수집가였던 것이다.

사마란치의 죽음으로 우표계는 큰 인물을 잃은 셈이지만 우표를 좋아하는 세계 유명인사는 여전히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사르코지는 지난해 4월 프랑스 내 모든 우표수집가 단체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연설을 하고 프랑스 우취연맹에 격려 편지를 보내는 등 우표 사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제멋대로 스타일에 성미가 급해 ‘속도광 사르코’(Speedy Sarco)라는 부정적 별명이 붙어 있는 그의 이미지가 이 때문에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외신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스포츠 선수 가운데에서는 ‘조물주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따라붙는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가 있다. 운동을 잘하면 얼굴이 안 되거나, 얼굴이 되면 몸매가 안 되거나, 몸매까지 되면 분위기나 끼라도 모자라야 할텐데 샤라포바는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조물주의 실수라는 것이다. 그런 샤라포바가 2006년 윔블던대회가 끝난 뒤 우표 수집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우취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샤라포바는 “취미가 우표수집이라고 하면 촌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기자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매니저가 그랬다”며 매니저의 그런 만류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우취계의 홍보대사로 딱 들어맞는 멘트다. 실제 샤라포바는 “어렸을 때부터 우표 수집을 좋아했다. 요즘도 세계를 돌아다니는 동안 우표 카탈로그를 구해 엄마에게 주고 주문을 부탁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받은 우표를 휴식을 취할 때 꺼내 보고 즐기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는 게 샤라포바의 말이다.

영국 출신의 록밴드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론 우드도 우표수집가의 대열에 들어서 있다. “술 없는 인생은 너무 심심해”라고 말할 정도로 소문난 주당(酒黨)이던 그가 얼마전부터 우표에 매료돼 술집 대신 우표숍을 찾는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문의하며 우표 사 모으는 일에 재미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우표를 투자 목적으로 모으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297만달러를 주고 산 인버티드 제니라는 우표를 다른 희귀우표 Z그릴과 맞바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는 지금도 800만달러(960억원)어치 정도의 우표를 소장하고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우표는 투자수익률이 4배쯤 돼 주식시장보다 낫다”며 투자감각을 자랑한다.

국내 유명인사 가운데 소문난 우표수집가로 ‘고바우 영감’의 작가 김성환 화백(78)이 있다. 구한말 우표를 비롯해 국내 희귀 우표 다수를 소장하고 있어 국내 최고액 소장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00년 우정사업본부에서 고바우 만화 탄생 5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함으로써 자기 작품이 담긴 우표까지 소장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밖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오명 건국대 총장도 수준급의 우표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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