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말 아기 음식을 빼앗아 먹었나

2009.06.09

<출처=파코즈>

<출처=파코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터넷은 요동쳤다. 주요 포털과 게시판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로 넘쳐났다. 그의 정치 역정을 보여주는 동영상들, 특히 그가 귀향한 뒤 봉하마을에 살면서 보여준 ‘행적’을 담은 사진들이 인기를 끌었다. 각종 영상 편집물을 본 누리꾼은 “보고 있으니 또 눈물이 난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중 유난히 시선을 끄는 사진 편집물이 있다. 네 컷으로 된 연속사진은 ①나무젓가락을 든 노 전 대통령이 아기에게 먹을 것을 먹여줄 듯하다가 ②자기의 입으로 냉큼 집어넣는다. ③어리둥절해하는 아기를 노 전 대통령은 “네가 어떻게 할 테냐”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④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아기는 볼멘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을 노려본다, 는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장난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특유’라고 하는 것은 비슷한 행적을 담은 사진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봉하마을 측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시절 청와대 뜰에서 손녀 서은양에게 비슷한 장난을 했다(노 전 대통령의 입으로 들어가는 과자를 바라보는 서은양의 표정도 만만치 않다). 한 행사장에서는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도 초밥을 먹여줄 듯하다가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는 광경을 연출했다.

‘먹을 것을 빼앗긴 아기’ 사진이 새로 화제가 된 건 아니다. 올 초부터 인터넷에서는 유명했다. 당시도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를 대상으로 한 장난치곤 너무 짓궂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슷한 시점에 한 행사장에서 ‘오렌지를 훔치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시리즈도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이 주머니에 오렌지를 집어넣으려 하자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스를 차려놓고 있는 주인에게 접근, 열심히 말을 시키면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연속사진이다. 당시 누리꾼은 ‘부부사기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물론 이것 역시 비난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나저나, 맨 처음 아기는 정말 아무 것도 못 받아먹었을까. 진실은 이렇다. 사진은 단 4컷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빠진 부분의 사진은 다음과 같다. ②-1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먹을 것을 입에 집어넣은 듯하지만 사실은 넣지 않았다. ②-2. 노 전 대통령은 아기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줬다. ③-1 먹을 것을 받아먹은 아기는 오물오물 먹었고, ④먹을 것을 먹으면서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쳐다본다. ④는 같은 사진이지만 맥락은 미묘하게 다르다(사진 참조).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은 “처음 사진만 보고 ‘아이에게 장난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는데, (진실을 알고 보니) 그때의 미소가 아픔이 되어 돌아온다”고 소감을 남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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