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 재앙을 한국 호스팅 회사가 일으켰다?

2009.05.26

영화 터미네이터 4: 미래전쟁의 시작 티저 포스터. |롯데쇼핑(주)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터미네이터 4: 미래전쟁의 시작 티저 포스터. |롯데쇼핑(주)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다 보면, 꽤 그럴듯한 작명이 보인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등장하는 엄브렐라사 같은 회사 말이다. (영화라고 단정지으면 아마 게임팬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맞다. 레지던트 이블의 ‘원작’은 일본의 캡콤사가 만든 동명의 게임이다.)

1997년 8월 29일. 보통 사람들은 무슨 날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SF팬들에게는 대표적인 기념일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 ‘심판의 날’은 유예되었지만, 어쨌든 결국 인류가 만들어낸 최대의 괴물 ‘스카이넷’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지구를 말아먹었다. 전 세계의 핵 기지에서 핵 미사일이 발사됐고, 지구 곳곳에선 환경 다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난다. 인류는 거의 궤멸되었다. 지하 방공호에 들어간 남자는 냉전시대의 낡은 무선 라디오로 ‘생존자’들과 교신한다. 영리한 스카이넷은 쥐새끼 같은 인간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T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인간 레지스탕스의 지도자를 아예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해 이 살상무기를 과거로 보낸다. 그리고 짜자잔. 홀딱 벗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번개와 함께 어두운 뒷골목에 웅크리고 나타난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인류의 불구대천 원수로 찍힌 ‘스카이넷’도 엄브렐라처럼 그럴듯한 이름이다. 인터넷이 대중화하지 않았던 시절(제임스 카메룬이 저예산 SF영화 터미네이터를 내놓은 것은 1984년이었다) 만들어낸 이름치고 놀라운 작명 센스다. 5월 21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4는 초토화된 이후 인류와 스카이넷의 싸움을 다룬 영화다.

그런데 한국의 누리꾼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제의 스카이넷이 실제로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에. 실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항공사 취업 승무원 학원도 있고, PC방 상호도 나온다. 하지만 누리꾼은 호스팅업체 ‘스카이넷’을 가장 의심한다. 폭력드래곤이라는 누리꾼은 “서버에 스카이넷 인지능 프로그램이 구동되어… IDC네트워크 망을 통해 세계를 파멸하려는 계획”이라며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회사의 정체는 진짜 뭘까.

서버 호스팅업체 ‘스카이넷’의 김형근 이사에 따르면 이 회사가 설립된 때는 1998년. 물론 터미네이터는 생각도 못했다. 김 이사는 “출범 당시 기독교와 불교 청년회 회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는데, 현재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직원만 14명이 있는 건실한 기업으로 자라났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 광고한 적도 없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1000여 명씩 고객이 늘어났다”라며 “회사가 이름 덕을 본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정작 터미네이터에서 스카이넷을 만들어낸 회사는 사이버다인이라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사이버다인사는? 역시 있다. 놀랍게도 얼마 전에 로봇수트 ‘할‘을 발표해 국제뉴스를 탄 벤처회사다. 일본 쯔쿠바 대학 산카이 교수가 2004년 창립했다. ‘할‘(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그렇지만 ‘사이버다인’이라는 회사명도 분명 ‘터미네이터’를 의식한 이름인 듯한데, 정작 이 회사의 FAQ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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