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조

2009.05.19

언론사 사진을 사용해 조 경감의 활약상(?)을 설명하는 누리꾼 게시글. | 다음 아고라

언론사 사진을 사용해 조 경감의 활약상(?)을 설명하는 누리꾼 게시글. | 다음 아고라

촛불시위 1주년. 온라인에서는 ‘스타경찰’이 탄생했다. 이름은 났지만 불행하게도 오명이다. 누리꾼은 그에게 ‘사무라이 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조○○’라는 그의 실명은 5월 초, 주요 포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되었다.

사연은 이렇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를 한 노동자들은 지하철로 종로3가역에 집결했다. 경찰들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노동자들이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한쪽 출입구 쪽 경찰 저지라인이 무너지는 순간, 다른 쪽 출구에 핸드마이크를 들고 있었던 지휘관이 갑자기 뒤로 달려간다. 잠시 후. 이 지휘관은 기다란 진압봉을 들고 전투경찰 대원의 선두에 나선다. 그리고 시위대를 향해 진압봉을 휘두른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조모 경감의 불행은 당시 현장에 수많은 사진기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여러 언론사의 사진기자가 그의 활약상(?)을 렌즈에 담았다. 인터넷으로 각 언론사의 사진시리즈가 퍼지기 시작하자,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결국 누리꾼 수사대가 나섰다. 누리꾼은 그가 달고 있는 부대마크에서 서울강서구에 위치한 한 전경부대 마크라는 것을 밝혀냈고, 그 부대의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그의 얼굴 사진과 이름, 직위를 파악했다. 실명이 공개된 것이다. 이날 자사의 기자가 연행될 뻔한 로이터통신은 진압봉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을 담아 외신에 뿌렸다. 누리꾼은 “월드스타 탄생”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실명이 공개되자 ‘삭제신공’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게 역효과였다.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한 당사자 이름이 바로 그 공개된 지휘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누리꾼은 그에게 ‘사무라이 조’라는 별명 이외에도 ‘장봉 조’, ‘스틱 조’, ‘X(남성 성기를 비하하는 용어)사마’ 등의 별명을 달았다. 안티이명박카페는 “민·형사상 소송에 나서겠다”며 피해사례 모집에 나섰다. 5월 7일, 아고라에는 ‘사무라이 조’ 팬픽까지 등장했다. 팬픽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오늘도 장봉 풀스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사무라이 조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조 경감 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전경부대 한 대원은 “당시 시위대 쪽에서 유리병과 돌멩이가 날라오기도 했고, 우리 부대 대원이 시위대에 납치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 부대의 한 소대장은 “당시 대장이 진압봉을 휘두르기는 했지만 맞은 사람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일까.

당시 현장 사진을 찍은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는 “내가 직접 맞았는데 무슨…”이라고 일축했다. 조 경감의 ‘장봉신공’에 위법성은 없을까.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경찰의 경우 직무집행법에 의해 범인 검거나 범죄 진압 목적으로 곤봉을 포함한 장구는 사용할 수 있다”라며 “다만 그 장소가 지하철역 안이어서 관계없는 사람들이 포함될 수도 있고, 사진기자가 맞은 경우 등은 형법상 폭행치상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은 사건을 계기로 경찰 캐릭터 포돌이를 ‘패돌이’로 고쳐 부르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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