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문대학 명성만큼 비싸다

2008.04.22

인도

IIT·IIM 등록금 3배 가까이 인상…학비부담 치솟아 파장 만만치 않아

[친디아 리포트]최고 명문대학  명성만큼 비싸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인상이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대학 측 주장과 대폭 인상의 근거가 미흡하다는 학생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도 인도 경제가 급부상하는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명문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인도공과대학)와 IIM(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인도경영대학원)이 등록금을 3배 가까이 인상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IIT와 IIM은 우리에게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의 반열에 올라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도 IIT는 미국의 MIT대학을, IIM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벤치마킹해 설립했다.

IIT와 IIM는 한 캠퍼스로 운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립대학들이 지방 캠퍼스를 운영하는데, 인도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엘리트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정부가 여러 지역에 캠퍼스를 설립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이렇게 운영되는 캠퍼스가 IIT 7곳, IIM 6곳이다.

인도가 독립하기 전인 1946년에 전담위원회가 설치되어 공과대학을 동서남북에 하나씩 설립하도록 권고하는 ‘인도 고등기술교육기관 설립’ 보고서를 제출했다. 독립 이후 1951년에 처음으로 IIT-카라그푸르(웨스트벵갈 주 소재)가 개교했고, 1958년부터는 외국의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아 뭄바이, 첸나이, 델리 등에 잇따라 IIT가 설립되었다. IIT는 4년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두고 있는데, 1961년에 연방의회가 ‘IIT법’을 승인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고등기술교육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델리 IIT 전경.

델리 IIT 전경.

인도 정부는 경영 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실이 1961년에 설립된 IIM-콜카타(웨스트벵갈 주)와 IIM-아메다바드(구라자르 주)다. 전자는 MIT 슬로운 경영대학원, 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협력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IIT와는 달리 IIM를 운영하기 위한 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지 않아 캠퍼스별로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IIT와 IIM 입학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하버드대의 입시경쟁률이 8 대 1인 데 비해 IIT는 100 대 1 수준이다. 매년 5000여 명을 뽑는 학부 및 석사연계 과정에 35만 명이 응시한다. IIM의 경우에도 2007년에 1250명 모집에 23만 명이 응시했다. 합격률은 0.1~0.4%인데, 미국 일류 경영대학원의 합격률이 5~10% 수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치열한 편이다.

IIT와 IIM은 각각 JEE(Joint Entrance Examination)와 CAT(Common Admission Test)라는 입학 시험을 거쳐 학생을 선발하며, IIT의 경우 학생들은 시험 성적에 따라 캠퍼스를 배정받는다. 일단 입학만 하면 학과 성적이 하위 5%에 속하는 학생이라도 평생 경력을 보장받기 때문에 재수, 삼수는 기본이며, 전문 입시학원도 성황을 이룬다.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학
지난 3월에 IIM·방갈로르(IIM·B)와 IIM-콜카타(IIM·C)가 수업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IIM·B는 연간 수업료를 25만 루피(약 625만 원)에서 올해 40만 루피(약 1000만 원), 내년에는 50만 루피(약 1250만 원)로 인상하고, IIM-C는 2년 MBA 과정에 60만 루피(약 1500만 원)로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IIM 중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IIM-아메다바드(IIM-A)가 수업료 인상 바람에 불을 지폈다. IIM-A는 가장 대표적인 PG(Post-graduate) 프로그램의 수업료를 2년 과정에 44만 루피(약 1100만 원)에서 올해 6월 학기부터 115만 루피(약 2875만 원)로 2.6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IIM-A의 수업료 인상 발표는 대학 명성만큼이나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연방정부 인적자원개발부의 아르준 싱(Arjun Singh) 장관이 IIM-A 이사회 의장을 불러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IIM-A 이사회는 학교 운영 비용 증가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실력은 있지만 학비를 조달하지 못해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IIM-A는 장학금 규모를 400만 루피(약 1억 원)에서 8500만 루피(약 21억 2500만 원)로 늘려 대상 학생들의 62%에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또한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계소득 한도를 현재 연간 20만 루피에서 60만 루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IIM-A 발표 이후 IIM-코지코드(IIM-K)도 PG 프로그램의 수업료를 38만5000루피에서 60만 루피(약 1500만 원)로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로써 6개 IIM 중에서 4개 캠퍼스가 수업료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IIT 올 신입생부터 수업료 인상
IIT도 수업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IIT는 1998년 이후로 한 번도 수업료를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면 수업료 인상은 당연해 보인다. 현재 IIT의 연간 수업료는 2만1000루피~2만7000루피(약 52만~67만 원)에 불과하다. 이를 올해 신입생부터는 5만 루피(약 125만 원)로 2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IIM과는 달리 IIT는 법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 승인을 받아야 수업료를 인상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IIT의 수업료 인상안을 계속 유보해왔으나, 지난 2월 IIT 상임위원회는 학교가 학생당 연간 지출하는 비용이 20만 루피를 넘어 수업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최근 등록금이 크게 인상된 인도경영대학원의 전경.

최근 등록금이 크게 인상된 인도경영대학원의 전경.

당초 IIT의 수업료는 국제 벤치마킹을 거쳐 책정되었다. 1953년에 MIT의 수업료는 1560루피였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비용은 1420루피였다. 이에 근거해 IIT 수업료가 1500루피로 정해졌으며, 3분의 1은 학생이, 3분의 1은 IIT가, 나머지 3분의 1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학생이 부담하는 수업료가 500루피(약 1만2500원)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1998년에 처음 수업료가 개편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IIM-A 이사회 의장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대부분 연봉 250만 루피(약 6250만 원) 이상을 받게 되므로 수업료 인상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IM 졸업생들은 주로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경영컨설팅 회사 등 유수 다국적기업들에서 채용 제의를 받으며, 채용이 될 때 회사 측에서 대출받은 학자금을 상환해주기도 한다.

올해 IIM 졸업생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 올해 IIM-A의 졸업생들이 인도 국내 기업들로부터 제안받은 연봉 평균은 178만5000루피(약 4462만 원)로 지난해 137만 루피(약 3425만 원)보다 약 30% 증가했다. 또 파이낸스 마케팅 분야의 한 다국적기업은 1440만 루피(약 3억6000만 원)를 제의하며 한 졸업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ISB 급성장에 위기의식 느낀 IIM
IIM의 대폭적인 수업료 인상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IIM은 연방정부가 설립한 인도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다져왔다. 그런데 2001년에 인도 비즈니스 스쿨(Indian School of Business, ISB)이 설립되면서 위상이 도전받기 시작했다. ISB는 IIT 출신으로 맥킨지 월드와이드의 대표를 역임한 라자트 굽타(Rajat Gupta)가 포춘 500대 회사들과 안드라 프라데시 주정부의 협력하에 하이데라바드에 설립한 학교다. 이후 ISB 졸업생들이 제안받은 높은 연봉 수준이 신문 일면을 장식하고, 2006년에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더욱이 ISB는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2008년 세계 100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20위에 올랐는데, 이에 반해 IIM은 한 캠퍼스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친디아 리포트]최고 명문대학  명성만큼 비싸다

올해 ISB의 1년 과정 MBA 수업료는 150만 루피(약 3750만 원), 숙식비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176만 3000 루피(약 4400만 원)에 이른다. ISB 측은 세계적 수준의 비즈니스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수업료는 미국과 유럽의 상위 10위권 학교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7년에 ISB 졸업생은 414명(입학 전 평균 직장경력 5년)인데, 외국계 기업들이 제안한 평균 연봉은 13만5000달러였고, 그중 최고액은 26만9000달러였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제안한 평균 연봉은 150만3000루피(약 3757만 원)였고, 그중 최고 연봉은 439만1000루피(약 1억977만 원)에 달했다. 이러한 ISB의 급성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IIM은 명성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수업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인도 정부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발전과 고급 인력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11차 5개년 계획(2007년~2011년)에서 IIT와 IIM 캠퍼스를 각각 8곳, 7곳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종합대학교(University)가 소재하지 않은 16개 주에도 1개교씩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 수가 급증할 경우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실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 정부가 자금 지원을 원활히 하고 철저한 자율 운영권을 계속해서 보장할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공학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류에 편승하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부한 IIT 졸업생들이 공학 분야에 진출하지 않고 IIM과 같은 경영대학원에 가서 MBA를 취득한 후 대우가 좋은 관리직이나 컨설팅직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 대다수가 부전공으로 IT 과목을 선택한 후 보수가 좋은 IT 기업에 취직하고 있다. IIM 학생들도 전공 편중이 심각하다. 대다수가 파이낸스와 마케팅을 복수 전공하기 때문에 인사 조직이나 전략 경영과 같은 다른 전공자를 찾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임정성<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