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해녀바위’를 아시나요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2021.08.30

부속도서·수중암초·해산 등 서식환경 따라 다양한 해양생물 분포

경북 울릉군 울릉읍에 속한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크고 작은 부속도서로 구성돼 있다. 면적이 4285㎡로 가장 넓은 군함바위로부터 면적이 불과 4㎡로 가장 작은 삼형제굴 인근의 이름 없는 바위까지 89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다. 이들 부속도서 면적을 합하면 2만5517㎡로, 전체 면적이 18만7554㎡인 독도의 13.6%에 해당한다.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

주요 부속도서로는 동도 주변에 제주 해녀들의 활동에서 유래된 해녀바위, 물오리(바다가마우지)가 자주 찾아왔다는 물오리바위, 닭이 알을 품는 형상인 닭바위 등이 있다. 서도 주변에는 울릉도 사람들이 가제라 불렀던 강치가 주로 서식했다 해서 큰가제바위와 작은가제바위, 3개의 동굴이 있어 이름 붙여진 삼형제굴바위(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 미역을 주로 채취하던 미역바위, 이진해라는 어민이 미역을 채취했다는 지네바위가 있다. 또 거북손이라고도 불리는 해산물인 보찰을 닮았다는 보찰바위(보찰바위는 한반도 본토와 최단거리(216.8㎞)의 기점바위이다), 촛대 모양으로 생긴 촛대바위 등도 서도 주변에 있다.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

독도의 부속도서에는 독도 수산 활동 역사에서 유래한 이름이 많이 부여돼 있다. 특히 동도 남쪽의 해녀바위의 경우, 독도에 출어한 제주 해녀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는 독도 바다를 개척한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1945년 광복 이전부터 시작된 제주 해녀의 독도 물질은 한해 많게는 30~40명의 해녀가 울릉도의 부속섬 독도에 건너와 미역채취 등 조업에 참여했다. 고정순, 김공자, 고순자, 문영심, 김화순 등 제주 해녀들은 독도의 물속을 쉼 없이 드나들며 독도 바다를 일구었다. 독도 주민 김성도씨(1940~2018)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독도 주민 김신열씨 또한 제주 출신 해녀이다. 제주 한림 협재에는 이들의 출어를 기념하는 울릉도출어부인 기념비가 있다.

독도 연안 해저지형도(위), 독도의 수중암초 /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

독도 연안 해저지형도(위), 독도의 수중암초 /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

89개 부속도서 중에 14개 정도만이 그나마 공식 명칭을 부여받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 최단거리의 독도 쪽 기점이 되는 면적이 26㎡인 독도 최동단 바위 또한 공식 명칭이 없다. 독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똥여’라고 통상 부를 뿐이다. 89개 모두에 각기 저마다의 이름을 부여해주면 어떨까? 일본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전자국토Web(maps.gsi.go.jp)에서는 독도 동도를 여도(女島)로, 서도를 남도(男島)로 표기하고 있으며, 보찰바위를 남서암(南西岩), 지네바위를 평도(平島), 삼형제굴을 오덕도(五德島)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독도 연안 바닷속에서는 또한 수많은 수중 암초가 자리 잡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독도 연안 정밀 지형 측량을 바탕으로 수중 암초 중 11개에 각각 북향초, 가지초, 가제초, 삼봉초, 괭이초, 서도초, 군암초, 넙덕초, 부채초, 동도초, 강치초 등 해양 지명을 부여하고 ‘관보’를 통해 고시한 바 있다. 이들 수중 암초는 수심 1.2~19.4m 수중에 있으며, 저마다 특이한 해저 지형을 품고 있다. 수중 암초들은 생명의 바다로, 그리고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로서 독도의 가치를 높게 해주고 있다. 울릉도·독도 특산 해조류인 대황을 비롯해 감태, 미역 등 220여종의 해조류들이 부속도서와 수중암초에 부착해 풍성히 자라고 있다. 또한 해양보호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유착나무돌산호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수중암초에 기대 서식하고 있다. 해조숲은 어류의 산란장으로, 먹이 공급원으로, 산소 공급원으로서 독도 바다의 건강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독도 주변 수심 200m 주변으로는 심해로부터 솟아 있는 해산 정상부가 또한 자리 잡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이들 해산에 각각 심흥택해산(정상부 수심 146m), 이사부해산(정상부 수심 136m)이라는 해양지명을 부여했다. 독도새우로 흔히 알려진 도화새우와 함께 대게 등 심해생물들이 이들 해산에 기대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독도는 해수면 부근의 암반으로부터 부속도서, 수중암초, 해산 등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따라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분포하며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로서 자리 잡고 있다.

드디어 뜨는 ‘독도 전용 연구선’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자 우리는 독도 해양영토주권 강화 차원에서 2014년 울릉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를 개원했다. 지난 7년간 기지는 90여차례에 걸쳐 독도현장을 조사했다. 계절별 독도 연안 해양생물 분포 정밀 모니터링, 독도 연안 해양환경 변동 정밀 모니터링 등을 수행해왔다. 그동안 전용 연구선이 없어 낚싯배, 어선 등을 임차해 현장조사를 하는 바람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2022년에는 45t급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연안 연구선이 취항 예정이라 보다 활발한 독도 연안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용 연구선을 기반으로 무인 ROV 등 정밀 관측장비를 운영해 89개의 부속도서와 수중암초, 해산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독도 수중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수중장비를 운영하는 것도 점차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부속도서, 수중암초, 해산에 대한 과학적 조사결과는 독도의 부속도서 및 해양 지명을 홍보해 과학으로 지키는 독도, 과학으로 관리하는 독도에 기여할 예정이다. 독도 전용 연구선이 독도 바다의 무궁한 가치를 활발히 밝힐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을 또한 기대해본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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