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올해의 판결

“표현의 자유 위축 시대상황 드러나”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장 장주영 변호사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주영 변호사(48·사진)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시대 상황이 올해의 판결 선정 결과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며 “법관들도 판결 하나 하나가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며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역임하고 2009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당시 진상조사단장을 맡기도 했다.

우철훈 기자

우철훈 기자

한해를 정리하며 ‘올해의 판결’을 뽑는 의미는 뭔가요.
“판결이 우리 사회 민주적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죠. 긍정적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사법작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가늠해보는 면도 있고요. 국민의식과 시대 변화를 사법부가 얼마나 올바르게 반영하는지 알아보는거죠. 판결에 대한 역사적 평가자료로서 축적해나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최종 선정된 20개의 판결에서 어떤 흐름을 읽었는지.
“디딤돌과 걸림돌을 가리지 않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판결들이 많이 선정됐어요.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어떤 의사표현이냐에 따라 민사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로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걸림돌에 과거사 관련 판결이 다수 들어간 것도 올해의 특수한 상황인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과거청산 노력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겠지만 국가배상 지연이자 시점에 대한 걸림돌 후보 판결 등을 보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고의 판결로 ‘미네르바’ 관련 전기통신기본법 조항 위헌을 뽑을 때 심사위원들간 이견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게시글을 규제하려는 시도에 헌재가 명확히 선을 그은 판결로 사회적인 의미가 큽니다. 강조했듯이 표현의 자유라는 건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입니다. 이것을 제한하고 처벌하려면 ‘명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거죠. 이 판결에서 보면 제가 올해의 판결 중 명문으로 뽑는 구절이 나옵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일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겠지요. 같은 의견이라면 문제삼지도 않을테니까요.”

한해에 쏟아져나온 판결 중 20개만을 골라내면서 아쉬운 면도 있을텐데요.
“굵직한 이슈를 둘러싼 판결에 치우친 면이 있는 게 아쉽네요. 워낙 중요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판결, 민생과 관련된 판결을 들여다봤으면 좋았겠다 하는 마음은 남아있어요. 다음해를 기대해봐야죠.”

선정된 결과를 해당 법관들에게 통보하진 않잖아요. 지면을 빌려 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법관에게는 사건 하나 하나가 수백 건 중 하나일 수 있고, 처리해야 하는 일상의 업무일 수 있어요. 판사들도 격무에 시달리니까요. 하지만 그 하나 하나는 당사자에게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죠. 그 중대성을 알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히 판결을 내려주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유정인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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