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방에서 집값 ‘이상 과열’ 바람이 붑니다

김종훈 경향신문 산업부 선임기자
2010.11.30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 타고 수도권 일부 아파트 반등 기미

부산, 대전, 경남, 전북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이들 지역은 올들어 5~8%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 값이 40~60% 오른 아파트도 적지않다. 지방발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은 최근 서울 등 수도권까지 옮겨붙을 태세다. 하락 안정세를 유지하던 수도권 집값이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강보합 혹은 소폭 상승으로 돌아서고 있다.

부산지역 부동산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초 해운대구 우동 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부산지역 부동산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초 해운대구 우동 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투자·투기세력의 농간이다” “지방-대세 상승, 수도권-반등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다”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방 집값은 장기간 공급 감소에 따른 조정현상으로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수도권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지방 부동산시장 이상과열의 진원지는 부산, 대전, 경남, 전북 일부 지역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들 4곳의 집값은 올들어 10월 말 현재 5.7~8.4%가 뛰었다. 서울이 같은 기간 -1.2%, 수도권이 -1.7%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부산은 사상구, 북구, 사하구, 부산진구, 남구, 영도구 등 상당수 지역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사상구의 아파트 값은 올들어 11월 12일 현재 17.81%가 올랐고, 북·사하·부산진구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29평 8750만원에서 1억4250만원까지 급등”
경남 김해시도 17.16%가 뛰었다. 경남의 경우 창원·양산·고성군 등이 8~9%, 합천·거제·밀양·거창 등이 3~5% 올랐다. 전북도 부안군이 12.54%, 전주시가 11.96% 각각 올랐고, 김제·익산시, 완주군 등이 5~9%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시도 대덕·유성구를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이 3~7%나 아파트 값이 뛰었다.

지난 10월 25일 세종시 첫마을 분양설명회가 열린 대전 컨벤션센터가 시민들로 북적대고 있다. |LH제공

지난 10월 25일 세종시 첫마을 분양설명회가 열린 대전 컨벤션센터가 시민들로 북적대고 있다. |LH제공

아파트 단지별로 최고 63%가 오른 곳도 있다. 전북 전주시 평화2동 현대아파트 29평형은 지난해 말까지 875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10월 말 현재 62.9%가 뛴 1억425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부산·경남의 집값 오름세는 더욱 가파르다. 남구 대연동 대우그린1차 26평형은 같은 기간 84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42.9%, 부산진구 연지동 화인아파트 24평형은 1억25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41.5% 상승했다. 사상구 엄궁동 한신2차 24평형, 사하구 다대동 신다대아파트 17평형, 해운대구 반여동 일동아파트 24평형, 기장군 기장읍 한신2차 23평형 등도 각각 35~43%나 값이 뛰었다.

경상남도 역시 김해시 구산동 주공5단지 22평형이 8000만원에서 1억2250만원으로 53.1% 상승했다. 창원시 내서읍 숲속마을 6단지 29평형, 경남 양산시 중부동 신도시주공4단지 22평형, 경남 창원시 대방동 대동아파트 22평형 등도 37~49% 뛰었다. 대전 유성구 송강동 청솔한양아파트 16평형도 580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8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부산·세종시엔 떴다방까지 등장
최근에는 이동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등장하고, 웃돈까지 붙는 아파트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모델하우스를 연 부산 해운대 우동 ‘해운대 자이’ 분양 현장은 연일 수천여명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모델하우스를 보기 위해 200~300명의 수요자들이 긴 줄을 늘어뜨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떴다방까지 등장, 조합원 아파트의 경우 3000만~5000만원의 웃돈까지 붙여 거래를 종용했다. 대우건설의 부산 ‘당리 푸르지오’도 최근 평균 7.1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84㎡ 이하 아파트 429가구에 대한 일반청약 결과, 전평형·전타입이 100% 마감(2.53대 1)된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도 “웃돈을 받아주겠다”는 떴다방 업자의 호객 행위가 목격됐다.

[특집]지방에서 집값 ‘이상 과열’ 바람이 붑니다

서울 등 수도권의 하락세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춤하는 형국이다. 지난 7월의 주택매매가격 증감률 -0.5%를 저점으로, 지난 10월 -0.1%로까지 좁히는 등 반등 기미를 보이고있다. 서울 서초·송파·강서, 경기 분당 등에서는 ‘호가 상승’ 기류까지 감지된다. 실제로 분당구 수내동 ㅅ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한때 5억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지금은 5억5000만원에 매매가가 형성되고 있다.

전세 가격은 지난 10월에도 전국적으로 0.8%가 오르는 등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연속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지난 9월 말 기준 10만325가구로 8월(10만3981가구)보다 3656가구(3.5%) 줄어 4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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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4만1342건으로, 9월의 3만3685건보다 22.7% 늘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 신고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어 10월 신고 물량은 지난 8~10월 계약분의 일부이다. 아파트 거래건수는 충북(46.3%), 인천(43.5%), 서울(39.1%), 대전(38%), 강원(37.9%), 경기(35.2%) 등의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도권 전체로는 39.1%가 늘었다. 전남(-18.6%), 충남(-11.1%)만 거래가 줄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3126건, 수도권은 1만2401건으로 서울이 3000건, 수도권이 1만건을 웃돈 것은 4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강남 3구도 801건으로 31.1% 늘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장의 심리가 “내년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차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114가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771명을 대상으로 ‘2010년 4분기 주택거래소비자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주택가격평가지수와 미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6개월 후 거주주택의 가격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6(100 이상이면 높게 전망)으로 지난 3분기 98.5에서 10.1%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주택부동산시장이 바닥에 접근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살고 있는 집값의 가격수준을 평가하는 주택가격평가지수도 88.4로 지난 3분기 82.8보다 높아졌다.

<김종훈 경향신문 산업부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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