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귀’를 열어야 통합의 리더십 가능

최영진 기자
2009.09.08

각계각층 목소리 새겨 듣고 사회적 약자나 비판자 포용해야

KBS 라디오연설 녹음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이후 라디오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을 말했다. <경향신문>

KBS 라디오연설 녹음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이후 라디오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을 말했다. <경향신문>

이명박 대통령이 달라진 것일까. 요즘 이 대통령은 ‘통합’, ‘화합’, ‘중도’ 등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와 8월24일 제22차 라디오연설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 내려면 중도 실용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라는 축사를 남겼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이 끝난 8월24일 라디오연설의 주제는 ‘화합’과 ‘통합’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저는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실용’이라는 단어가 연설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화합과 통합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처럼 보일 정도다.

사회통합지수 OECD 국가 중 19위
이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립 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정치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회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를 지칭하며, 동등한 기회와 물질 불평등의 최소화’를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월에 펴낸 <사회통합을 위한 과제 및 추진전략>을 살펴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4개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4개국 가운데 19위다. 특히 가족영역 지수의 경우 최하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 사회에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과 소득 불평등 ▲교육과 기회의 불평등 등을 꼽았다. 그리고 사회통합을 위해 ‘고용지원서비스의 선진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위한 보육투자 및 사회서비스 일자리 공급 확대’ 등 고용보장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득보장 정책 측면에서는 ‘자활지원제도 개편 및 일자리사업과의 연계 강화’, ‘근로빈곤층 대상 지원 확대’, ‘취약계층 대상 준 보편 수당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교육보장 정책으로는 ‘모든 계층에게 고른 교육기회 제공’, ‘사교육비 부담 증가 대책 마련’, ‘소득계층별 학습성취의 격차 완화’ 등을 꼽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경제 위기를 맞아 사회통합지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반대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8월25일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이 사회 통합을 위해 우선 할 일’이라는 항목에서 ‘야당 등 정치적 반대 진영과의 적극적인 대화’라는 응답이 30.1%로 가장 높게 나온 것이 그 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근본적인 과제는 이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까지 껴안고 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그럴 때만이 통합의 리더십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나 비판자를 껴안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도 “일단 이번 개각에서 어떤 사람들이 나와야 할지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이념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일정 부분 껴안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입각해야만 실효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실용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MB 정부는 자신과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사회적 피해자들에 대한 해결도 중요하다. 용산참사로 사망한 이들은 200일이 넘도록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용산참사와 같은 사회적 피해자들과 관련한 사면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인권에 대한 관심 기울여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사회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성일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사회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성일 기자>

그리고 지금까지 ‘법치주의’라는 미명 아래 침해한 ‘사회적 인권’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집회나 파업을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고 철저히 막았다. 집회나 파업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측면을 무시했던 것이다.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회 참석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심지어 변호사들이 법에 명시된 현장접견권까지 무시당한 일도 발생했다. 쌍용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은 비정규직 확대와 노동 통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계를 배제하는 정책을 고수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통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도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8월28일 통계청은 ‘2분기 가계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29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1%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292만8000원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2007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3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소득은 줄었지만 지출은 크게 늘었다. 2분기 가계지출이 26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지출 부담이 늘면서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 초·중·고생 사교육비는 2007년보다 4.3% 증가한 8600억원이었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는 자녀 1명당 월 평균 47만원의 사교육비를 쓰지만 100만원 미만은 5만원에 그쳤다. 소득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0~4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 대상 확대,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 300곳으로 확대, 암환자 본인부담률 절반 인하, 저소득층 위한 보금자리 주택 분양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서민 행보를 외치면서도 기초보장 예산은 삭감하는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정부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주던 세액공제를 2년 만에 없애기로 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통합을 위해 진정성 있는 정책을 보여줘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