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생계형 노동변호사가 찾는 ‘미지의 노동법 세계’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5.07.07

한용현 변호사가 2024년 6월 2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산재 사고 사업장에서 차량에 올라 사고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한용현 변호사 제공

한용현 변호사가 2024년 6월 2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산재 사고 사업장에서 차량에 올라 사고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한용현 변호사 제공

“변호사님, 노동법 칼럼 써볼 생각 있나요?”, “제가요?”, “네. 평소에 SNS에 쓴 노동 사건 글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김원진 기자의 권유로부터 시작한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이하 ‘한노새’)가 벌써 50화를 맞이했습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노동법 세계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마주하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소개하고 고민해 보는 일기장 같은 흔적이었습니다.

햇수로 5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2022·2025).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2022). 성차별·성희롱 관련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제도가 생겼습니다(2022·한노새 11화). 임금피크제(정년유지형)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습니다(2022·12화, 45화).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습니다(2024·37화). 10여 년 만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바뀌었습니다(2024·43화).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대량 정리해고 사건에서 부당해고를(13화), 드물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받았습니다(34화). 채용 취소 사건에 깊이 관여해 보고(33화, 40화), 이직과 겸업 금지에서 ‘보호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깊이 연구한 경험을 토대로 소송도 해봤습니다(24화 주저하는 이직러를 위해). 그사이 노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다시 어려운 노동법 이론을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칼럼에 썼던 사건 중에도 변동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1심 법원은 사내 메신저 대화가 사생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는데(41화), 최근 2심은 “메신저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사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온전히 사생활의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보아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다른 사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형교회 방송실: 구조조정이 부른 또 다른 비극

서울 시내 한 대형교회는 2021년 ‘전문화’를 명목으로 방송실 정규직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외주화하려 했고, 이를 거부한 8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가 경영상 필요성 부존재와 해고 회피 노력 부족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인정하며, 교회 측이 주장한 ‘종교단체의 특수성’이나 ‘직원들의 신앙 문제’로는 노동법 적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해고 직원들의 복직 또는 합의로 마무리되며, 근로자들의 승리로 기록됐습니다(13화 ‘나의 해고일지’).

승리가 끝은 아니었습니다. 부당해고 이후 방송실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또 다른 비극을 낳았습니다. 2024년 12월, 이 교회 방송실에서 근무하던 H팀장이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2021년 외주화 조치 이후 인력 보강 없이 잔류한 소수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H팀장은 사실상 방송팀 총괄 책임자로 주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와 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동료들에게 “너무 힘들다”, “일을 혼자 한다”라고 반복적으로 호소했습니다. 부검 결과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어 급성 심장 기능 이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021년 해고 사건은 인력 감축과 무리한 외주화가 가져올 수 있는 부당함을 경고했지만, 결국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동 사건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2024년 통상임금 판결과 복지포인트 활용 전략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43화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로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이 폐지됐습니다. 이제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해석되며, 재직 ‘조건부’ 임금이나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됩니다. 다만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일인 2024년 12월 19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에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줬고, 일부 기업들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항목(예: 귀향 여비)을 복지포인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앞서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48785)에서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복지포인트가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니고, 사용 방식이 제한적이며, 이월되지 않아 근로복지 향상을 위한 선택적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점을 근거로 합니다. 따라서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고, 복지포인트의 ‘비임금성’은 기업들에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작용합니다(필자도 이 사건을 대리했는데, 이렇게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는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2024두34122)이 2024년 12월 선고됐습니다. 이 판결은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가는 아니더라도, 임직원들이 제공한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이므로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급여와 유사하면서도 통상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적인 법정수당 부담은 피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는 기업에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해줍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꼭 임금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복지포인트를 활용한 보상전략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최영우 중앙경제HR원장)”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것입니다

겪어보니 노동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사람의 ‘말’입니다. 근로자, 사용자, 동료의 진술은 각기 다르고,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자신이 본 바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1950)에서 도적, 아내, 죽은 남편, 나무꾼이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살인사건에 대한 서사를 꾸미는 것과 닮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상사는 자신이 ‘조직을 위한 합리적 지도자’로 인식되길 바라고, 피해자는 ‘버티다 무너진 약자’로 표현되길 원합니다. 같은 ‘단체교섭 결렬’ 사건을 두고도, 사용자는 “조직의 안정과 효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는 반면, 노동조합은 “회사는 대화를 거부하고, 탄압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해고된 근로자는 “사전 통보도, 경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잘렸다. 이유도 불분명했다”고 하지만, 인사팀은 “누적된 성과 부진, 근무 태도 문제, 여러 차례 경고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합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조사를 맡은 조사관은, 판단하는 공익위원은, 근로감독관과 검·판사는 마치 <라쇼몽>의 방청객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더 개연성 있는가”, “누가 앞뒤가 맞는가”,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은 무엇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어두운 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열심히 현장을 가서 보고 기록을 뒤지며 사용자와 근로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 100회를 달성하는 날, 다시 새겨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미지의 노동법 세계의 길을 조금이라도 찾을지 모릅니다.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lawyer_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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