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김군의 20세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강변역 방향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안전장치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력 부족과 빠듯한 작업 시간 때문에 지켜지지 않았다. 외주 업체 직원이었던 김군은 혼자 작업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
사고 9주기였던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스크린도어 앞에 국화가 놓였다.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라고 쓰인 포스트잇과 함께 컵라면과 도시락이 놓였다. 한 무리의 사람이 국화를 놓고 묵념하는 동안에도 열차는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떠났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걸 텐데 사람들이 자꾸 일하다 죽는다. 우리는 사람이 일하다 죽은 곳에서 다시 일한다. 이다음엔 또 누가 죽을지 두려워하면서, 추모해야 할 노동자들의 이름이 점점 셀 수 없이 늘어나는 것에 절망하면서.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