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중국은 우리 없이도 만들 수 있다”

서중해 경제학자
2025.05.12

중국 저장성 주지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VIE 과학기술유한회사’의 직원들이 4월 7일 공장 내 부품 조립·검사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저장성 주지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VIE 과학기술유한회사’의 직원들이 4월 7일 공장 내 부품 조립·검사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조업은 국민경제의 주체이며, 국가의 근본이자, 번영의 도구이며, 강국의 기초다. 18세기 중반 산업문명이 시작된 이래, 세계 강대국 흥망과 중화민족 투쟁의 역사는 강대한 제조업 없이는 강성한 국가와 민족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종합 국력을 제고하고, 국가안보를 보장하며, 세계 강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문은 위의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제조업 부흥이 국가안보와 대국 굴기의 필수조건이며, 따라서 이를 실현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목에 있는 ‘2025’는 계획에 포함된 많은 목표를 달성할 10년 후를 의미한다. 계획의 상세한 내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다. 1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의미 있는 사안은 중국 제조업 부흥의 함의가 무엇인가이다.

미국, 중국 제조업 부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

첫 번째 함의는 중국의 산업 발전이 미국-중국 간 경제안보 경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보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부흥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양국 간 산업 경쟁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갖는 함의 때문이다.

지난 2월 6일 미국 의회의 ‘미국-중국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제조 2025: 누가 이기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USCC는 25년 전인 2000년 10월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설립됐다. 지난 2월 청문회는 ‘중국제조 2025’의 성과와 미국-중국 사이의 제조업 경쟁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청문회는 영상과 문서 기록으로 USCC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청문회의 첫 번째 세션에선 중국이 과연 ‘중국제조 2025’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검토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세 명의 전문가는 이구동성으로 중국이 목표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세션에선 중국의 제조업과 전략기술(생명공학·항공·자율 기술) 분야를 다뤘는데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중국은 국가 주도 사업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중국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포함한 자율 기술 분야였다. 이 분야에서 중국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이들 기술이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와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중국의 전략 수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에 중국 인공지능(AI) 챗봇 ‘딥시크(DeepSeek)’와 미국 오픈AI의 ‘챗GPT’ 앱이 함께 설치된 모습 / EPA연합뉴스

스마트폰에 중국 인공지능(AI) 챗봇 ‘딥시크(DeepSeek)’와 미국 오픈AI의 ‘챗GPT’ 앱이 함께 설치된 모습 / EPA연합뉴스

두 번째 세션은 제조업 특히 전략 기술·산업 분야의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이길 것인가가 주제였다. 레바 프라이스 USCC 위원장은 “이 청문회의 제목이 ‘중국제조 2025: 누가 이길까’이니 만큼 이 질문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네 명의 전문가 중에서 한 명은 “미국이 여전히 앞선다”고 답변했고, 반도체 기술 전문가 또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이 앞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은 “(제조업 기술 전체를 보면) 중국이 앞선다”고 답변했다. 특히 그중의 한 명은 “우리는 중국 없이는 만들 수 없지만, 중국은 우리 없이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앞선다고 답변한 데이비드 린은 10년 전 상하이 주재 미국영사관에서 경제담당관으로 근무했다. 린은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 2015년 당시 중국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당 지도부와 비즈니스 수장들은 아이폰 뒷면에 찍힌 ‘디자인은 캘리포니아, 생산은 중국’이라는 문구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었고, ‘중국에서 디자인, 중국에서 생산’이라는 미래를 꿈꿨다. ‘중국제조 2025’를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산업 부흥의 신호탄이자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기회로 봤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중국이 아이폰과 동등한 기술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생각이 매우 허황돼 보였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화웨이, ZTE, 샤오미 같은 기업들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고, 제조업의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혁신으로 선도하고 있다고 린은 증언했다.

세 번째 세션은 중국의 전략과 관련해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이었다. 증인 중 한 명으로 저명한 중국 전문가 배리 노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나왔다. 노튼 교수는 중국 제조업은 시장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성공했고,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를 따라잡는 데 성공한 중국이 2020년대 들어서는 국가 주도로 자립적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모든 측면에서 수입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들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유지하고자 한다.”

중국 제조업 중심 전략의 지속성 여부가 관건

이제 중국의 제조 시스템은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립·자강과 지정학적 우위를 정책 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노튼 교수는 증언했다.

청문회를 주최한 위원회의 이름에 걸맞게, 청문회는 줄곧 중국의 제조업 부상이 제기하는 안보 사안을 중심에 뒀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경제분석가로 근무했던 한 증인은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 사례도 언급됐다. 중국-대만 사이 갈등이 초래할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붕괴 위험이 TSMC의 미국 투자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고, 이에 따라 전임인 바이든 미 행정부의 ‘리쇼어링(제조시설 회귀) 정책’이 청문회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제 경제와 안보가 같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청문회였다.

경제안보 못지않게 근본적인 사안은 중국의 제조업 중심 전략의 지속성 여부다. 이는 국제경제에서 국가 주도 발전 체제와 시장 중심 체제 사이의 관계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이 국가 주도 제조업 발전 전략을 지속하는 한, 세계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들 사안은 다음 칼럼으로 이어간다.

<서중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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