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하늘의 테슬라’ F-35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2025.04.14

지난해 5월 16일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된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 모습. 공군은 F-35A ‘프리덤 나이트’ 2대와 미 공군의 F-22 ‘랩터’ 2대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공군 제공

지난해 5월 16일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된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 모습. 공군은 F-35A ‘프리덤 나이트’ 2대와 미 공군의 F-22 ‘랩터’ 2대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공군 제공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보도한 F-35 전투기 기사를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이 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정책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신이 쌓이면서 현재 서방 측 공군력의 주축인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인 ‘F-35’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는 미 국방부를 비롯해 한국과 영국,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각국이 도입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바닥났다”며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동맹국들의 분노가 커서 ‘F-35가 새로운 테슬라가 될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인기를 누리던 전기차 테슬라가 최근 불매운동 대상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동맹국들이 미국 공군과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의 추가 주문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F-35는 지난해 3월부터 생산이 본격화돼 연간 150여대 생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 공군과 보잉이 개발 중인 6세대 제트전투기 ‘F-47’의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동맹국들에는 기능을 줄인 버전을 공급하겠다며 “언젠가는 그들이 우리의 동맹국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의구심을 부추겼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수리용 부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끊어버리면 F-35를 계속 운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심지어 미국과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간단한 원격조작으로 전투기를 못 쓰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킬 스위치’를 F-35에 넣어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에 종속된 F-35

F-35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의구심은 한국 공군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F-35는 ‘대북 킬체인(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의 핵심 전력이기 때문이다. F-35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미사일·핵 기지, 비행장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AN/APG-81 레이더로 저피탐 전파를 발산해 적의 전자정찰을 회피하면서 지상공격과 공중전 등은 물론 조기경보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다.

F-35는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꿨다. F-35는 새로운 개념의 전투기로 무기체계 특성에 맞게 작전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35는 한반도 개전 초 북한 방공망을 제압하고 전략표적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따른 항공임무명령서(Pre-ATO)의 전시 북한 핵심 표적 분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유럽 국가를 포함한 미국의 여러 동맹국이 F-35 도입을 중단할 경우 이는 미국 ‘F-35 벨트’의 붕괴를 의미한다. 사실 미국은 국가 간 네트워크 사업 성격을 띤 F-35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국가들을 비대칭적인 상호의존 관계로 얽어매는 효과를 거뒀다. 말하자면 ‘F-35 벨트’는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이자 글로벌 경제·안보 프로젝트였다. 각국의 F-35는 미국의 통제 아래 조종사 훈련과 운용기술 이전, 전용 부대 설치와 기지 운영까지 한 세트로 구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주기적인 스텔스 도료 페인팅이 필요하고, 조종사 대신 다양한 전투상황을 판단하는 다기능 때문에 우주왕복선 못지않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해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F-35에 대해 기존 세대 전투기와 다른 ‘자율군수정보체계(ALIS)’를 적용하고 있다. ALIS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특정 국가의 부품 재고가 F-35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의 부품 재고 상태와 연결돼 통합 관리되는 등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유럽 국가의 F-35 도입 중단이 한국 공군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F-35는 5년, 10년 단위 주기 창정비가 아니라 수시 정비 개념으로 관리된다. 그렇지만 F-35의 내부 계통 고장으로 인한 분해 정비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이 한국군 F-35에는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군이 F-35 기체의 ‘정비 및 장비 업그레이드(MRO&U)’ 권한을 미 국방부로부터 받지 못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F-35가 기체 가격보다 수명 주기 동안 유지·정비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F-35는 20년 수명 기준으로 1대당 2500억원이 넘는 유지·정비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 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35A 전투기가 플레어를 투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월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 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35A 전투기가 플레어를 투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킹당할 경우 치명적 결과

테슬라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F-35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전투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날아다니는 컴퓨터’ 또는 ‘하늘의 테슬라’로 불리기도 한다.

F-35는 플랫폼인 기체에 전자 시스템을 장착했다.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에서 나온다.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문제는 F-35가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도 미국 보안요원들이 핵심 시설을 일일이 점검한다. 이들은 F-35 비행 기록을 보관·처리하는 시설이 미국과 공유되는 시스템인 만큼 2중, 3중으로 점검하고 있다. 청주기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F-35는 해킹당했을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령 적성국 무인기가 해킹된 F-35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적 미사일이 날아오는 순간 F-35의 헬멧 디스플레이 시스템 내 숨겨져 있던 초미세 안테나가 작동한다. 이 초미세 안테나는 정비과정에서 수많은 마이크로칩 가운데 일부를 교체할 때 심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 초미세 안테나는 적군이 쏜 미사일의 특정 주파수에 의해 활성화된다. 이후 적 미사일은 그 신호를 포착해 F-35를 끝까지 따라붙어 격추로 이어진다. F-35는 해킹이 가능해진 마이크로칩이 헬멧 디스플레이 시스템에 부착됐을 때부터 이미 격추가 예정된 셈이다. 이처럼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해킹 위험은 이지스함과 F-15K에도 열려 있다. 미 국방부는 외국군과 F-35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해킹됐을 때를 대비한 자체 방화벽을 구축해 놓고 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anb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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