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부산 감지해변-바다의 하이에나 용치놀래기

박수현 수중사진가
2025.04.07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5) 부산 감지해변-바다의 하이에나 용치놀래기

사투리 ‘술뱅이’로 더 많이 알려진 ‘용치놀래기’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류다. 용치놀래기는 식탐이 강하다. 무리 지어 다니다 먹잇감을 만나면 틈을 노려 한꺼번에 달려든다. 덩치가 큰 바다동물이 사냥한 먹이까지 가로채는 걸 보고 있으면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가 사냥한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연상된다. 3월 초 꽃샘추위 속 부산시 태종대 감지해변을 찾았다. 바다 속으로 들어서자 언제나 그러하듯 용치놀래기 무리가 따라온다. 아마 이들 눈에는 필자가 덩치 큰 바다동물로 보일 거다. 덩치 큰 바다동물이 먹다 남긴 찌꺼기라도 챙기는 게 용치놀래기로서는 도움이 된다.

용치놀래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큼직한 바위를 들췄다. 바위 밑에 있던 작은 갑각류들이 단박에 노출됐다. 필자 주위를 맴돌며 따라오던 한 무리의 용치놀래기들이 달려들어 잔치가 벌어졌다. 용치놀래기들은 먹이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식탐을 이용해 어촌 아이들은 용치놀래기를 쉽게 잡아들인다. 양파망에 멍게 조각을 넣고 입구를 벌리고 있으면 용치놀래기들이 망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망의 주둥이 부분을 끈으로 조이면 한 망태기의 용치놀래기를 거뜬히 얻는다.

용치놀래기는 낚시꾼들에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대물을 낚으려는 데 식탐 강한 용치놀래기들의 입질이 부산하기 때문이다. 용치놀래기는 그다지 환영받는 어종이 아니다. 흔한 데다 현란하게 번들거리는 체색으로 횟감으로 먹기엔 혐오스럽다. 하지만 육식성이라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해 횟감뿐 아니라 구이나 매운탕 재료로도 괜찮은 편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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