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드문 동네에 큰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던 주민들이 뭐하냐고 물었다. “봄을 찾으러 왔는데요. 봄이 안 보여요.”
봄을 찾으러 왔다는 말은 왠지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푸릇푸릇한 무언가를 기대하며 남쪽 땅끝까지 간 것이 무색하게 봄이 꼭꼭 숨어버렸을 때의 기분이란…. 봄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봄은 초록색일까? 꽃일까? 햇볕일까? 봄이 어떻게 생겼을지 고민하며 지난 2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남도를 돌아다녔다.
영 잘 몰라 보이는 기자를 도와주고 싶었던 주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다는데, 비가 오고 나면 봄이 오겠지”, “입춘이 지났으니까 봄은 봄이야”, “아직 추우니까 한 2주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모내기할 때는 돼야 봄이지. 아직 꽃도 하나도 안 폈어.”
꽃이 하나도 없다고 실망하는 나에게 한 주민은 말했다.
“꽃 좀 안 피면 어때? 햇볕이 이렇게 따뜻하잖아요. 이번 주에 안 폈으면 다음 주에 피겠지.”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봄에 집착하며 찾아다닌 게 문제 같기도 했다. 하긴 봄은 언제와도 꼭 오기는 할 테다. 내가 찍은 사진 어딘가에 이미 봄은 숨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