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SM-3라는 안보 재난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2025.02.09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오는 2월 1일 제주 해군기지에 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된다. 군사 전문가도 ‘밀덕’(군대 마니아)도 아닌 제주도에 사는 아기 엄마의 관점으로 최대한 알기 쉽게 우리에게 닥친 안보 재난을 설명해 본다. 오늘의 주인공은 SM-3라는 ‘탄도탄 요격유도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이다. 기동함대사령부의 기함은 작년 12월 2일 취역한 정조대왕함(DDG-II 이지스 구축함)으로 예정돼 있다. 정조대왕함은 2008~2012년에 취역한 세 척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DDG-I)과 달리 SM-3를 탑재할 수 있으며, 해군은 2027년까지 동급의 구축함을 두 척 더 진수할 예정이다. 작년 4월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2025~2030년, 5년간 약 8039억원을 투입하는 SM-3 도입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의결하고, 향후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대로면 제주 강정마을에 SM-3 미사일을 탑재한 정조대왕함이 주둔하게 된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가입 논란이 일자 박근혜 정부의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SM-3와 사드(THAAD) 도입을 전면 부정했다. 김 장관은 “미국 MD에 편입하려면 합당한 논리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필요성이나 적합성,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 등 모두 맞지 않는다. 미국 MD는 근본적으로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것”이라며 “SM-3, 사드 구입을 결정하지 않았고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2016년 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말을 바꿨고, 같은 해 7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최종 발표됐다.

“중국·북한의 준중거리 미사일이 주일 미군기지, 괌·하와이 미군기지를 공격할 때 필요한 무기가 바로 SM-3이다. 미군을 지키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과 SM-3 도입은 한국이 제 손으로 동북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그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안보 재난이다.”

사드 포대는 48기의 요격미사일과 1대의 X-밴드 레이더로 구성된다. 사드 미사일의 최대사거리는 200㎞, 소성리와 서울 간의 거리도 약 200㎞다. 즉 북한에서 서울로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없는 위치에 사드가 배치된 것이고, 캠프 험프리스(소성리에서 약 150㎞ 떨어진 경기도 평택에 있다)와 그 이남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방어용이라는 지적은 합당하다. 반면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2000㎞에 달하는데,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이유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면 사거리 1000㎞ 이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확률이 높고 최고비행고도는 통상 10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사청이 도입한다는 SM-3 1B의 요격고도는 100~500㎞, 최대사거리는 900㎞다. 중국이나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면 경로는 북극을 지나기 때문에 정조대왕함의 SM-3와는 무관하다. 그렇다면 소성리의 X-밴드 레이더와 강정마을의 SM-3 미사일은 누구를 지키는가? 중국·북한의 준중거리 미사일(MRBM·사거리 3000~5500㎞)이 주일 미군기지, 괌·하와이 미군기지를 공격할 때 필요한 무기가 바로 SM-3이다. 미군을 지키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과 SM-3 도입은 한국이 제 손으로 동북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그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안보 재난이다. 탄핵 심판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굴욕 외교 청산하고, 균형 외교 회복하고 SM-3 도입 백지화하자.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