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남위 74도, 황제펭귄 서식지 케이프워싱턴을 찾았다. 남극특별보호구역인 케이프워싱턴은 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에서 15분 정도 헬기를 타고 가면 도착한다. 석양을 배경으로 마주한 황제펭귄 가족의 모습에서 혹독한 남극에서의 평화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황제펭귄은 겨울에 알을 낳고, 태어난 새끼를 키우는 유일한 동물이다. 남극 곳곳에 흩어져 살다가 3월 말~4월 초 집단 번식지에 수천마리가 집단을 형성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겨울이 시작되는 5월 초~6월 초 알을 낳고, 7월 초~8월 초 알이 부화한다.
육아는 수컷의 몫이다. 수컷에게 알을 맡긴 암컷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난다. 수컷은 암컷이 돌아오기까지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영하 50도의 강추위와 초속 50m 이상의 눈보라 속에서 갓 태어난 새끼를 돌봐야 한다. 육아 중에 수컷은 얼음 조각을 깨어 수분만 섭취할 뿐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암컷이 돌아오면 드디어 수컷이 먹이 사냥을 위해 바다로 떠난다. 굶주린 수컷은 뼈에 남겨둔 약간의 지방에 의존해 바다로 향한다. 수컷이 기력을 회복해 다시 서식지로 돌아오면 이제 암컷과 함께 바다로 나간다. 남은 새끼들은 집단을 이뤄 부모를 기다린다.
12월의 남위 74도는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는 백야 기간이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남극의 석양이 얼음 평원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다. 함께 크릴 사냥을 나갔던 부부가 새끼가 기다리고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모인 가족은 평화로운 남극의 밤을 맞는다.
<박수현 수중사진가>